정부 ‘불법 중환자실 명칭 사용’ 단속 예고. 의료계는 '환자의 건강권 약화 우려'로 반대
- 무조건적 규제 강화는 오히려 환자의 건강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 ‘중환자실’ 명칭 사용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이번 단속 역시 법적 구속력은 없는 상황
최근 정부가 의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가짜 중환자실’ 점검에 나서기로 해 일선 병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에 따른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 관련 후속 조치로, 각 시도 지자체에 관할 병원들의 중환자실 명칭 사용 점검토록 하는 ‘중환자실 명칭 사용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하의 공문을 각 지자체 및 유관단체에 발송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무조건적 규제 강화는 오히려 환자의 건강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집중치료실 등을 통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의료기관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 ICU)’은 전신관리를 필요로 하는 위독한 급성 기능부전이 있으나 회복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수용해 집중적으로 치료간호를 하는 병동을 말한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는 중환자실을 설치, 운영하려면 유사시에도 전력이 공급될 수 있는 비상 발전기와 무정전 전원시스템(UPS)을 갖춰야 한다.
지난 2018년 192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세종병원의 경우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중환자가 있었지만 의료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가짜 중환자실에 이들을 수용시켰다. 특히 화재 당시 소위 중환자실이라고 하는 시설에 산소 및 인공호흡기 등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 수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말 그대로 ‘무늬만 중환자실’이었던 셈이다. 밀양세종병원 사건을 계기로 중환자실 유사 명칭 금지 법제화가 시도되기도 했다.
실제 당시 민주평화당 천정배 의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중환자실’이나 ‘집중치료실’ 등의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밀양세종병원이 의료법상 시설‧운영 기준을 갖춘 ‘중환자실’이 아닌 중환자들을 집중치료실이라는 명칭의 일반병실에 수용해 인명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천정배 의원은 “밀양세종병원에는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중환자가 있었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은 전혀 없었다”라며 “이러한 사정은 많은 중소병원도 마찬가지”라고 일침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병원계의 반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환자에게 적합한 진료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준중환자실 또는 집중치료실 등의 명칭을 사용한 경우까지 불법행위로 간주해 처벌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중환자실 허위표방 의도 없이 의학적 이유로 일반 입원실과 중환자실의 중간 영역인 소위 ‘준중환자’의 집중치료를 행하는 병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일반 입원실보다 높은 수준의 관찰‧처치 등이 요구되지만 중환자로 분류할 의학적 필요성이 부족해 ‘준중환자실’ 개념의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적잖은 상황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개정취지에는 공감하나,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집중치료실 등 시설의 설치ㆍ운영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라고 반발했다. 결국 운영기준 미준수 의료기관의 ‘중환자실’ 명칭 사용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이번 단속 역시 법적 구속력은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 후속 조치로 올바른 중환자실 명칭 사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라며 “지자체의 지도, 점검을 요청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실 명칭 사용시 의료법에서 정하는 시설 및 인력기준 준수와 화재발생 시 비상전원 공급 등 관리에 철저를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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