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실 CCTV·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허용 판결·혈액검사 위탁고시 개정안 이어 간호법 국회 직회부까지
- 이세라 서울시醫 부회장 “의사들에게도 책임 있어... 각종 편법으로 의료기관 운영”
- “尹,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거부권 행사해야”
의료계가 2023년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발칵 뒤집혔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가 법제사법위에 계류되어 있던 간호법 보건복지위원회안(간호법안)과 의료법 일부개정안(의사면허취소법)을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도록 의결했기 때문이다.
두 법안은 여소야대의 현재 국회 구성상 국회 본회의에서도 과반 찬성으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되자 대한의사협회 대위원회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 임시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해부터 의료계는 잇단 악재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개정된 법률에 의해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하위법령이 제정되었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해 허용 취지의 판결이 나오는가 하면, 혈액검사 위탁기준 고시 제정까지 이어지며 의사들이 곡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되었던 비대면 진료 문제와 향후 논의도리 의대 정원 증원의 방향성도 핵심 쟁점 중 하나이다.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정부 측이 각종 자료를 언론에 노출시키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실손보험 관련 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세라 서울특별시 부회장은 의료계를 덮친 악재들에 대해 ‘의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전공의, 전임의, 입원전담전문의, 임상교수, 공공임상교수 등에 대해 정상적인 고용을 하지 않으며 각종 편법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해오기도 했다”며 “그 뒷면에는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통제’ 속에서 대형병원을 운영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상진단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수익이 더 증가되다 보니 문진, 시진, 촉진 등 의사의 의료행위는 최소화되고, 검사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료 형태가 변했다”며 “여기에 비급여로 분류된 의료행위가 적응증이나 기준없이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에게 시술되면서 실손 보험사와 갈등이 발생하고, 소송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 각종 규제 법률제정 요구 등으로 인한 양자의 관계는 악화일로”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불공정한 저수가 정책과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지정하는 당연(강제)지정제라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부가 제안한 지원방안을 해석하면 ‘저수가를 강제’한 것이 문제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박리다매로 진료하던 소아청소년과는 ‘산술급수적 저출산’으로 인해 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의 ‘기하급수적 급감’에 따라 극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3일 어린이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려는 것은 정부 정책의 잘못”이라고 인정하며 “건강보험이 부족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라고 지시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해결책인지를 대통령이 인정한 셈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간호법을 강제로라도 제정하려는 이유는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이라며 “그들의 처우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건강보험에서 간호사들에게 지출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건강보험제도는 사실 의사, 간호사 뿐만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직역의 처우개선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 직역만 법으로 분리하여 가정 방문 간호나 병원 내에서 의사 대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간호사(PA, UA)를 합법화하고 차후 의사의 지도 감독 없이 독립적인 간호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는 의사에게 지출되는 의료비를 줄이고 간호사에게 지불하겠다는 초석으로 변할 것이다”라며 “다른 나머지 직역들도 같은 요구를 하게 될 것이며,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직역들간의 불신과 불화, 분열로 인해 국가적인 재정 손질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2000년 있었던 의약분업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의약분업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지출은 급증하게 됐고, 국민들은 지금도 병원과 약국, 두 번을 방문해야 한다”며 “간호법으로 간호사가 독립하게 되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에도 정부는 의약분업 재평가를 약속했지만 오히려 2001년 의사들에게 제공되었던 일당 처방료가 ‘한정된 재원’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삭제됐고, 그 결과 의사들은 연간 수천억 원씩 수십 년째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보건의료단체들은 간호법이 패스트트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것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부회장은 “현장에서 느낀 보건의료인의 목소리는 생존권을 잃을 수 있다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느껴졌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의결하여 자신들의 오만한 판단을 멈추지 않을 할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제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통령 거부권'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위해 비대면 진료 확대, 의대정원의 증원에 협조하고 보건의료인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도록 노력 해야한다”고 의사들이 먼저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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