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에서 ‘간호사’를 빼자” 보건의료인, 단체삭발 투쟁까지

-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단체장들, 26일 총궐기대회서 단체삭발식
- 응급구조학과 등 학생들 “미래의 일자리를 빼앗아갈 간호법 폐기해야”

지난해 5월에 이어 다시 한 번 거리로 나온 보건의료인들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 등의 의료법 개정안의 폐기를 요구하며 단체 삭발까지 감행했다. 이들은 의료인에서 간호사를 제외해야 한다며 강경한 투쟁의사를 표시했다.


▲ 출처 : 중앙일보

26일 국회 앞 여의도 공원 여의대로에서 열린 13개 보건의료단체의 ‘간호법·의료인면허취소법 강행처리 규탄 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등의 폐기를 요구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인원은 주최 측 추산 5만 명, 경찰 측 추산 1만 명이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서는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과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 전라남도의사회 최운창 회장, 대전시치과의사회 조영진 회장이 삭발하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이들은 삭발을 한 후 ‘보건의료인 생존권 박탈 간호법안 폐기하라’, ‘간호법안 강행처리 민주당을 규탄한다’, ‘의료인면허취소법 강행처리 민주당은 반성하라’, ‘간호사를 의료인에서 제외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을 국회 본회의로 넘긴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했다.

강용수 회장은 “의료를 논하면서 의사를 적으로 규정하고, 간호단독법을 밀어붙이는 대한간호협회는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보건의료인력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간호법을 정당하고 정의롭게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단상에 오른 단체장들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주당이 다수당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치과협회 박태근 회장은 면허 취소법에 대해 ‘의료인 길들이기’용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박 회장은 “면허취소법은 지난 2020년 의료인들을 길들이기 위해 제출됐던 졸속 법안이다. 의료관계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 다른 이유로 왜 의료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인가”라며 “의료인이 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학업과 수련을 통해 온몸 쏟아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데 왜 영원히 진료하지 말라는 법을 따로 만드려는 것인가”라고 대답했다.

박 회장은 이어 “면허취소법과 간호법을 저지하지 못하면 우리는 국민에게 무시당하는 의료인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의료직역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는 간호법과 의료인 생존을 위협하는 면허취소법을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강성홍 회장도 “간호사는 누구와도 협력하지 않는 보건의료분야의 횡포자다. 횡포자만을 위한 간호법을 통과시키는 국회의원이 정말 약자를 대변하고 있는 지 묻고싶다”며 “간호사 편을 들어서 보건의료계를 싸움터로 만들고 갈라치기 하는 민주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날 궐기대회에는 현직 간호조무사와 응급구조사 외에도 관련 학과에 다니는 학생들도 참석해 간호법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연세대 임상병리학과 A 학생은 “간호법은 누더기 법안이 됐으며, 민주당은 그저 통과시키기에 급급했다”며 “간협은 보건의료 직역을 설득할 자신은 없고 동정심을 통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본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추진하는 간호법을 즉각 무효화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호사의 표심을 얻고자 잘못된 약속을 해놓고 간호법을 밀어붙인 의원에게는 400만 보건의료인의 표심이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아직 힘없는 학생이지만 졸업 후 몸담게 될 보건의료계가 이 싸움에서 승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원광보건대 의무행정과 B 학생도 “의료현장에서는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타 직역의 업무를 하고 있어 간호사가 모자라는 것 아닌가”라며 “정부는 왜 간호사가 보건의료정보관리사의 고유업무를 침범하는 것에 침묵하는가. 간호법 제정 이후가 두렵다. 학생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간호법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주대 응급구조학과 C 학생도 “친구들에게 간호법이 통과되면 전과할 것이냐고 묻곤 한다”며 “간호사 인력난이 해결되려면 간호사가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간호법은 지역사회 활동을 활성화해 오히려 간호사의 탈임상을 유발한다. 우리의 미래와 환자 안전 위해 간호법 반대한다”고 외쳤다.

D 간호조무사는 “의료현장에서 근무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고졸’이라는 꼬리표였다. 하지만 전문대에조차 간호조무과가 없었다”며 “다들 대학에 진학할거면 간호대를 가라고 한다. 하지만 간호사가 되고 싶은게 아니라 간호조무사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전문대 간호조무학과를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119 구급대원으로 활동 중인 응급구조사 E씨도 “간협은 지난 2020년 구급차에 의료인만 탑승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타 직군의 전문성을 짓밟고 사회적 기득권과 상대적 강함만을 이용하는 게 과연 올바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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