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 처우개선을 위해 연속근무를 축소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과 관련해 전공의들은 두 팔 벌려 환영의 뜻을 표했으나 반대로 수련병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공의 업무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고, 전공의에서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로 전환하자는 취지 자체는 동의하지만 수도권 대형병원에서조차 극심한 인력난을 겪는 상황 속에서 현실과 동 떨어진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전공의 연속 수련 시간을 기존 36시간에서 24시간(응급상황 시 30시간)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속 근무 제도의 개선을 목놓아 요구해오던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즉각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수련 병원들은 비현실적이라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원장 A씨는 “연속 근무를 24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곧 외래와 당직 근무 하루를 하면 다음 날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식이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의사들이 모두 하루 당직하고 다음 날 쉬면 병원은 누가지키나. 결국 당직을 한두 사람에게 미루는 구조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를 더 채용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뽑고 싶어도 못 뽑는다. 병원이라고 해서 왜 전문의 중심 의료를 하고 싶지 않겠나”며 “그러나 막상 채용 공고를 내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병원에 있는 사람마저 나가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인) 우리 병원도 전문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걸 보면 병원계 전반적으로 구인난이 극심할 것”이라며 “투자 가능한 규모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인력난에 낙오하는 병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의 보직자 B씨도 전공의법의 시작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을 내놨다. B씨는 “대체 인력을 구할 시간도 없이 법이 적용되면서 병원들이 비어버린 인력 부분을 계속 끌어 안은 채 지금까지 왔다”며 “전공의법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의료인은 없을 것이지만 그 도입 과정이나 현재 개정 방향은 확실히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의 채용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현재까지의 정부의 재정 정책 기조와 필수의료를 대하는 전반적인 자세를 고려하면 현실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법은 법대로 개정되고 현실적인 대책은 없으니 병원 인력난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이는 곧 전체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외과계 인력 부족이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외과계열 수련과 교육을 담당하는 C씨는 “대부분의 외과계가 전공의가 아닌 진료보조인력(PA)이나 전문간호사(NP)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다. 근무시간에 묶여 전공의는 일찍 나가다 보니 인력이 더 부족해졌다는게 대형 수련병원들의 공통된 사정”이라며 “이번 개정안도 인력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진행할 것이라면 반드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외과계열의 학회 관계자 D씨는 외과 수술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D씨는 “지금도 수술 도중에 ‘시간이 지났다’며 그냥 나가버리는 전공의들이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번 개정안이 적용되면 일상으로 자리잡을지도 모르겠다” 면서 “특히 외과계열 수술 부분에서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편으로는 수련의 질 하락도 염려하기도 했다.

C씨는 “수슬 등 실질적인 수련을 위한 전공의 활동보다는 그저 시간 맞추기 용이한 병동 행정 업무에 치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안그래도 각종 행정절차가 강화되면서 전공의들이 서류를 받으러 다니느라 수련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현재 추진 방향이 수련 질을 지킬 수 없는 것을 넘어 수련이라는 것이 어려워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D씨도 “이제는 정말 질적 수련을 순전히 전공의 의지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교수들이 더 가르쳐주고 싶어도 80시간에 걸려서 안 되는데, 여기서 새로운 카운트다운이 생긴다니 고민이 크다”며 “비단 외과계열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