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출생 지자체에 신고의무 법안 또 발의... 의료계 “책임 떠넘기나”

- 국회 발의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만 총 6건 계류 중
- 의협 “제3자 통해 해결하려는 행정편의주의 발상” 맹비판

의료기관에 출생 통보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이 또다시 발의되자 의료계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반대했다. 국가와 부모가 해야하는 일을 의료기관에 떠넘기려는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지난 3월 초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출생 아동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해당 내용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발의된 의료기관 출생 통보 의무화 법안은 총 6건이다. 김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정청래·최혜영 의원이 각각 발의했으며 법무부도 지난해 3월 같은 내용이 담긴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내용의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제3자인 의료기관에 출생 통보를 의무화시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정치권이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6일 의협은 “출생 아동의 출생 신고를 통해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의료기관이 아닌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며 “아동이 출생을 했는데도 출생신고가 없는 경우를 확인하기 어렵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계도·안내, 부모 또는 친권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등 당사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조치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지 제3자인 의료기관에 대해 의무를 부과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가뜩이나 기피과로 낙인 찍힌 산부인과 분만 기피 현상도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미 낮은 분만 수가로 인해 많은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분만을 기피해 국가의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입법으로 의료기관에 추가적인 규제만 부과한다면 산부인과의 분만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행정업무를 의료기관에 부여하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도 했다.

의협은 “현행법은 의료인 등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경우 후순위로 출생신고 의무를 부담하고 위반 시에는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는 상황”이라며 “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적으로 출생 통보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지적했다. 또 “예산 문제나 통보 행위에 대한 지원 없이 모든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출생신고업무는 원칙적으로 국가 의무와 부모 권리 및 의무 영역이다. 이를 의료기관에 전가할 경우 부모의 권리 행사와 충돌하고 개인정보보호 문제, 오류 시 책임 소재 등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헌법상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할관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출산 관련 보험급여 청구 정보를 직접 송부 받아 이를 근거로 출생신고 여부를 화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체 수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에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행정규제기본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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