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결과가 나쁘면 ‘형사처벌’, 필수의료 기피하는 이유

- 분만사고 금고형·법정 구속... 15억 원 손해배상까지
-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처벌·배상 풍토에 젊은 전공의 지원 반토막”
- 무과실 100% 정부 지원·보상액 증액·의료사고처리특례법 통과 필요

의료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는 의료진이 고발당해 형사처벌 받고, 수십 억원의 손해배상까지 판결 받는 인식과 법률 환경이 달라지지 않으면 필수의료 기피 현상으로 인해 결국엔 붕괴되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의료 공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6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저출산과 낮은 수가,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적 형사 처벌과 수억 원대에 달하는 민사 소송들로 필수의료인 산부인과 몰락이 이미 진행중인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2014년 인천지방법원 인천 태아 사망 사건 의사 금고형 선고 ▼2019년 대구지방법원 산모 사망 사건 의사 금고형 선고 및 법정구속 ▼2023년 수원고등법원 뇌 손상 산모 손해배상 사건 15억 원 배상 판결 등을 예로 들면서 해당 판결들 이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이 50% 이하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필수의료인 산부인과의 기피 현상이 지속되며 지난 10년간 인구 1000명당 가장 낮은 전문의 증가수를 기록했고, 전문의들의 평균 연령(53세)은 가장 높아졌으며, 분만 가능한 전국 의료기관도 20년 사이에 1/5 수준으로 감소했다. (전국 180곳) 또, 1년에 30~40곳의 분만의원이 폐업위기에 놓여있고, 고위험산모의 증가로 인해 분만 위험도 및 민·형사상 소송의 증가 등의 부작용이 이미 현실화 되고 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를 전공하더라도 분만 보다 사고가 적은 부인과·난임·미용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4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젊을수록 비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분만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38%)'가 꼽혔다.

산부인과 의사의 감소는 모성 사망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07∼2016년 10년 간 우리나라 평균 모성 사망비는 인구 10만 명 당 12.29명에 달한다. OECD 평균(8.21명)에 비해 1.5배 높은 수치다. 산부인과과 의사가 사라지고 있는 분만 취약지에서는 모성 사망비가 평균보다 4배나 높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필수의료인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산과 무과실 보상금을 100% 지원하고, 3000만원에 불과한 보상 한도액을 높여야 한다"면서 "보상 범위 역시 산모 사망·신생아 뇌성마비·신생아 사망·자궁내 태아 사망에서 분만과정 중 대량 출혈이나 혈전·색전으로 인한 내과·외과적 합병증 및 장애 등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산부인과 의사들의 처우개선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젊은 의사들의 산부인과 지원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하루 평균 2명의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다"면서 "최선의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해 가혹한 처벌과 과도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지속된다면 필수의료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없는 젊은 의사들은 열악한 현실과 의료분쟁 위험으로 앞으로 필수의료와 기피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정책·환경·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