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거부 기준, 의사 입장만 지나치게 반영 돼”

- 간호돌봄시민행동, ‘CCTV 쵤영 거부 기준’ 담은 의료법 개정안 규탄
- “이번 개정으로 ‘의사 면허 지킴이 시행령’에 불과할 것”
- “오히려 환자 안전, 자기결정권 해친다... 의협 2중대 자처한 복지부” 맹비판

오는 9월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전면 도입되는 가운데 쵤영을 거부할 수 있는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의사 편의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 출처 : 간호돌봄시민행동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9월부터 시행되는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운영 방안과 촬영 거부 기준 등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담은 시행령을 26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 ▼지도전문의가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 시행 직전 등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천재지변, 통신장애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 있다.

이에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은 1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개정안이 결국에는 의사들의 면허를 지키기 위한 시행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시민행동은 “수술실 CCTV 설치를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며, 이 때문에 유령 대리 수술, 성범죄, 의료사고의 조직적 은폐 등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의사 ‘면허 지킴이 시행령’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개정안의 CCTV 촬영 거부 기준에 따라 의료진이 편의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시민행동은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의 구체적인 예시가 포함되지 않아 의료진의 임의적인 주장으로 촬영 거부가 가능하다”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에서 정하는 전문진료질병군을 수술할 때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는 건, 상급종병에선 CCTV를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를 지도전문의가 판단한다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며,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 촬영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병원 측에서 악용해 장비 문제 등을 핑계로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능한 예시를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 천재지변 등을 들었는데 CCTV는 통신을 매개로 하지 않아 통신장애, 사이버 공격과는 무관하다. 게다가 천재지변은 수술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CCTV 촬영도 상식상 불가능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영상정보의 보관기준을 30일로 지정한 것도 의료사고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중재원에 접수하거나 의료기관에 CCTV를 요청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적어도 보관기준을 90일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행동은 “개정안은 오히려 환자의 안전과 자기결정권을 해다”며 “복지부는 지나치게 의료인의 입장만을 반영한 비정상적인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의사의 힘이 되는 평생친구로 전락했다. 대한의사협회 2중대를 자처한 복지부는 각성하라”고 규탄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논란을 촉발한 권대희 씨 사망사건의 유족 의료정의실천연대 이나금 대표도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의사와 환자 관계를 훼손한다는 의협의 말은 억지주장”이라며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의 조직적 은폐행위를 막는 마지막 보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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