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공약이라던 ‘간호법’, 후보시절 공약에 없었다

- 대통령 출마 당시 중앙선관위 제출 공약서·공약집·인수위 국정과제서 ‘간호’ 언급 전무
-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 “형식적 답변을 간협이 공약인 것처럼 침소봉대”

윤석열 대통령이 20대 대선 후보 시절은 물론 당선된 이후 작성한 당선인 공약집에 ‘간호법’을 공약으로 채택한 사실이 사실 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 시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제출한 공약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와 정부 출범 이후에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에도 ‘간호법’에 관한 공약이나 내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간호협회는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논의될 때마다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정치권과 대통령실을 압박해왔다. 하지만 실제로 당시 윤 대통령의 공약을 살펴본 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는 ‘간호’라는 단어조차 찾을 수 없었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 캠프와 국민의힘은 ‘공약위키’·‘윤석열의 한줄공약’·‘석열씨의 심쿵약속’·59초 쇼츠 생활공약‘ 등 942개에 달하는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을 공개하며 표심을 잡았다.

선거 과정 오간 다양한 내용과 약속을 다듬고 추려내 채택한 ’정식 공약‘은 2022년 2월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후보 10대 공약‘·’10대 공약 세부자료‘·’선거공약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도서관이 관리 중에 있는 20대 대선 윤석열 후보 공보·벽보·공약서 어디에도 ’간호법‘이나 ’간호법 제정‘은 물론 ’간호‘가 들어간 공약은 단 한 줄도 찾을 수 없었다. 윤석열 후보 대선캠프에서 ’대선후보 공약‘을 제출한 이후 국민의힘은 2022년 2월 24일 ’윤석열 후보 정책공약집-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정책공약집을 발표했다.

이 정책공약집에도 ’간호‘와 관련이 있는 공약은 전무하다. 보건의료와 관련된 분야의 공약은 ’국민건강지킴‘ 항목인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국민의 간병비 부담 완화 ▼아플 때 쉴 수 있도록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 ▼지역의 부족한 응급·필수의료, 의료인력 확보 ▼의료·돌봄 맞춤형 커뮤니티 헬스케어 제공 ▼고가의 항암제 및 중증·희귀질환 신약 신속등재제도 도입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확대 등이다.

'공식 공약'은 내부 논의를 거쳐 '국정과제'로도 채택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2년 5월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는 '윤석열 후보 정책공약집'을 토대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정부 출범 후인 7월 26일에는 '120대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182페이지 분량의 '110대 국정과제'에서 '간호'와 관련이 있는 내용은 '100세 시대 일자리·건강·돌봄체계 강화' 항목 중 '(요양-간병지원 내실화) 환자 특성을 고려한 지원 체계 마련 및 부담 완화 - 급성기병원 중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함께 요양병원 특성에 맞는 간병서비스 모델 마련 및 모니터링·평가 등을 통한 쏠림 방지'가 유일하다.

대선 당시 대선 캠프와 국민의힘이 채택해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정식 공약'과 대통령 당선 이후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간호법 제정'과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간호'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에서 적시한 한 단어 뿐이다.

간호법이 대선 공약이냐, 아니냐에 관한 논란의 시발점은 2022년 1월 11일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가 대한간호협회를 방문해 진행한 간담회에서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윤 후보는 “(코로나19 대응에)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에 우리 국민과 정부가 합당한 처우를 해 주는 것이 바로 공정과 상식이다. 간호사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뿐만이 아니고 국회가 제역할을 해 주도록 저도 우리 원내 지도부와 의원님들께 간곡한 부탁을 드릴 생각”이라며 “오늘 함께해 주신 간호사분들께 거듭 깊은 감사를 드리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의료인으로서 당당하게 근무하시도록 저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당시 윤석열 후보의 '간호사에게 합당한 처우를 해 주고,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발언을 '간호법 제정'으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천하람 후보는 지난 2월 21일 제3차 전당대회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간호법 제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우리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면 당장 이 간호법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발언, 논란을 증폭시켰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간호법 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열린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공동 총파업 결의를 위한 확대임원 연석회의에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보건복지의료 직역 중 하나인 간호협회를 방문했을 때 '헌신과 희생에 합당한 처우를 해 주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다. 원내 지도부와 의원님들께 간곡한 부탁을 드릴 생각'이라는 원론적이고 형식적인 발언을 했다"면서 "간호협회는 이를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대통령 정책 공약으로 침소봉대하고, 포장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대선 당시 각당 캠프에서는 앞다퉈 불합리한 보건의료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이야기 했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간호사의 처우 개선에 관해 보편적 공감을 표현한 발언을 두고 '간호법 제정 약속'이나 '공약'이라 주장하는 것은 간협의 억지 해석"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심지어 간협은 '국민의 명령이다, 간호법 제정하라'고 주장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은 국민은 '나는 명령한 적이 없는데?'라고 반문하고 있다"면서 "간협은 지금이라도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의료계가 제안한 논의의 장으로 들어와 간호사만이 아닌 모든 보건복지의료인들의 처우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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