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심·뇌센터 늘린다고 응급실 뺑뺑이 해결? 근본적인 해결책 아냐”

- 이종성 의원·대한뇌졸중학회, ‘응급의료체계 정상화 정책 간담회’ 개최
- 의료현장 신경과 전문의들 “단순 숫자 늘리기 아닌 근본적인 시스템 문제 해결해야”
- 젊은 의사 이탈·응급실 경증환자 차단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안 하면 붕괴 못 막아

정부가 응급의료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 권역심뇌혈관센터 등 의료기관을 늘려 효율적으로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단순 숫자 늘리기 대안에 의구심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과 대한뇌졸중학회가 공동주체한 ‘응급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정책 간담회’ 자리에서 심혈관 분야 응급의료 최일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신경과 전문의 6명이 참석해 현재 응급의료체계와 정부의 대책에 대해 문제점을 쏟아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신경과 전문의들은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과 이번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고 등이 터지면 정부가 늘 중증 응급의료체계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항상 거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뇌졸중학회 차재관 질향상위원장은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 병원에선 경영 효율화하면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이 뇌졸중센터였다”면서 “정부도 잠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인 계획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 위원장은 지방 의료기관들의 가장 극심한 문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당직 등 업무강도는 매우 높지만 보상은 거의 없다시피한 탓에 비전 없는 의료로 전락해 젊은 의사들의 유입이 끊겼고, 그나마도 있던 기존 의사들이 이탈하고 있는 현 응급의료 실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뇌졸중학회 김태정 홍보이사도 “서울대병원이 권역센터로 지정된 이후 중증도 분류를 위해 응급실에 진료과목별 전문의를 채용했지만, 신경과 전문의는 1명만 남은 상태”라며 “업무 강도가 높아 힘들고, 그에 비한 보상은 매우 적어 박탈감으로 인해 이탈했다”고 전했다.

또한,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응급의료 문제점으로 중증도 분류, 즉 경증환자의 지나친 수용을 꼽았다. 응급실로 내원한 원인 불명 두통 환자의 MRI 촬영으로 대기하는 5~6시간 동안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것이 현 실태라는 것이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 또한 이송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중증 응급환자일수록 최초 이송되는 병원이 어디인지가 중요하다”며 “애초에 전문진료과 의료진과 119가 소통해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스템 구축을 통해 최근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사고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라고 제시했다.

정부가 내놓은 지역 내 순환당직제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뇌졸중학회 안성환 정책이사는 “광주시는 수년 전부터 순환당직제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당직이 아닌 날에도 응급콜이 뜨면 나가서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시 차원에서 실질적인 당직제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이경복 정책이사도 “순환당직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병원간의 경쟁도 있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전문인력이 오히려 외부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아 적절한 정책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증응급의료 대책은 하나의 해법으로는 안 된다. 얼마전 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이 발표됐지만 이정도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뇌졸중학회 배희준 이사장은 “심뇌혈관센터 체계에 구멍이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동아대병원의 경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의사가 2명 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이들이 사직하면 진료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책을 세우고는 있지만 너무 천천히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보건복지부 박향 공공보건정책관은 응급실 경증환자의 과도한 수용 문제로 인한 현실적인 한계들을 인정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시범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적어도 권역심뇌혈관센터, 중증응급센터 등 최종적으로 중증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며 “올해 말까지 시범사업의 형태, 수가 등을 논의해 분·초를 다투는 환자라도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지역별로 시범사업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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