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국가 대부분 비대면 초진 허용 주장, 사실과 다르다

-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산업계·업체 측의 G7 비대면 초진 허용 주장, 사실과 달라”
- 코로나19 이전 2개국에 불과... 미국 공적보험 메디케이드만 허용
- 초진 허용도 주치의·단골의사 제한... “국민건강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비대면 진료의 전면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산업계가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를 압박하는 수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산업계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 초진 도입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각국의 비대면 진료 현황을 공개했다.



정부와 보건복지부의 강력한 추진 아래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초진 허용을 위해 의료계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지난 3월 15일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제도는 시대를 역행하는 신 규제법”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초진에도 허용하라”고 주장했다. 원산협 소속 코리아스타트업포럽·스타트업 얼라이언스·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산업계는 재진 환자 중심의 비대면 진료 법안을 ‘비대면 진료 금지법’으로 규정하고 4월 14일부터 ‘비대면 진료 지키기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산업계는 “미국·영국·일본 등 주요 7개국(G7) 중 비대면 진료를 재진환자에만 가능하도록 규제하는 국가는 1국가 뿐”이라고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산업계가 근거로 삼은 G7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상황을 코로나19 이전과 팬데믹 당시, 그 이후로 나눠 기간별로 정리해 산업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전에는 메디케이트(Medicaid)에만 초진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메디케이트는 메디케어(Medicare)와 달리 저소득층을 위한 공적 보험 제도이고, 주별로 메디케이드 정책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진 허용이 가장 보편화된 전반적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2024년 12월 31일이 지나면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등 그동안 일시적으로 완화했던 다양한 비대면 진료 규제들에 대한 완화 조치를 종료하기로 했다. 비대면 초진에 대해 추후 기간을 더 연장하려는 의도로 시일을 정한 것이 아니라 2024년 12월 31일 이후에는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해 공표했다. 이를 두고 비대면 초진 연장이라는 산업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초진의 개념을 ‘처음 만나는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지난 12개월동안 최소 1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담당의사(사실상 주치의)에게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다. 단, 응급상황이거나 담당 주치의가 부재중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비대면 진료 초진이 가능했다.

코로나19 기간 중에는 주치의 결정 없이도 비대면 초진(담당 의료인이 아닌 처음 만나는 의료인에게 비대면 진료 가능)이 가능했으나, 2023년 4월 현재 재진 원칙, 예외적 상황(긴급 상황, 주치의가 없거나 건강 상태에 맞는 기간 내 주치의를 이용할 수 없는 환자 경우, 죄수 등)에서만 초진 허용이 적용되고 있다.

독일의 비대면 진료는 독일연방의사협회의 표준의사직업규정(의사규칙) 제7조 제4항 제3문을 법적 근거로 한다.

독일의 의사규칙을 시기별로 검토한 결과, 코로나19 이전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사용되도록 허용됐으나, 대면진료 없이 비대면 진료만 하는 것은 금지돼 있었다. 2018년부터 기존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의료서비스의 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됐다.

2018년 의사규칙에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Fernbahandlung)만 전적으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때 '전적으로'라는 말의 뜻은 진단이나 진료의 전적(main)인 방식으로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것은 의사규칙 위반이며, 다만 대면 진료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면 진단이나 진료의 일부가 인쇄 또는 통신매체를 통해 이뤄지는 것은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의사의 조언과 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직접 진료하는 게 원칙이며, 대면진료를 하면서 필요한 범위내에서 원격의료를 보조수단으로서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초진은 허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2021년 의사규칙 제7조 제4항이 개정됐으며, 올해 4월까지 그대로다. 2021년 의사규칙 개정의 주요 내용은 비대면 진료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명확히 규정했다. 개정 규칙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은 의사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고 지원해야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필수적인 개인적 돌봄을 대체할 수 없다. 기존 입장(지금까지 시행돼 온 원칙) 처럼 최소한 한 번 또는 진료에 참여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했거나, 환자가 의사의 진찰을 통해 병적 상태를 인지한 경우 의사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보조적으로 사용해 의료적 조언과 진료를 해야 한다.

'기존 입장'이라는 규정은 독일 내에서는 비대면 진료 초진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허용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은 코로나19 이전·코로나19 기간·코로나19 이후 등 기간에 상관없이 비대면 초진은 불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코로나19 이전에는 영국과 미국 2개 국가에서만 비대면 진료 초진이 허용되고 있었고, 이마저도 제한적 허용이었다. 아울러 초진을 이후 허용한 국가에서도 대부분 주치의나 단골의사에만 한해 제한적 허용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보건의료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수립·시행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정책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비대면진료제도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논의를 앞두고 일부 산업계와 업체들을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비대면진료 초진을 요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큰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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