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허락하고 있는 과로... 수련환경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된 전공의법

- 초과근무 보상 못 받아... 근무 기록 허위 작성도 횡행
- ‘특별법’지위 전공의법, 근로기준법보다 장시간 근무도 당연시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주당 최대 80시간만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전공의법이 오히려 전공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것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보다 더 오래 일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법 내 근무시간 관련 조항이 적용된 것은 법이 공포되고 2년 뒤인 지난 2017년 12월이다. 당시 평균 근무시간이 84.9시간에 이르던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이 법 적용 이후인 2022년에는 77.7시간까지 떨어졌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수련 규칙 미진수율도 지난 2018년 39.8%에서 2021년 7.5%로 32.3%p 감소했다. 수평위는 기존 만연했던 연차 휴가 미준수 사례도 사실상 근절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전공의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수치와는 크게 다르다. 지난 1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전히 절반이 넘는 52%가 여전히 주 80시간이 초과된 근무를 하고 있다. 식사 시간을 포함해 정해진 시간에 휴게하고 있는 전공의는 42.9%에 불과하다. 불규칙적으로라도 규정대로 휴식시간을 부여받고 있는 전공의도 66.1%에 그쳤다.

기존에 모호했던 근무시간이 80시간을 기준으로 합법과 불법을 가르게되자 오히려 “드러낼 수 없는 그늘이 더욱 짙어졌다”고 전공의들은 설명한다. 전공의법이 무상 노동과 음성적인 근무 행태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A씨는 “전공의법 이전에는 초과근무를 하면 추가 수당이라도 받았다. 그런데 전공의법 이후로는 초과해서 근무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더 근무하더라도 수당은 80시간에 준해 받아야 한다. 즉 여전히 초과근무가 만연한 상황에서 보상만 싹둑 잘라낸 꼴”이라며 “근무시간 미준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상응하는 보상 지급 방법을 신설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수련병원 전공의 B씨는 “지금도 허위 근무표를 만들어 근무 시간과 휴게 시간을 맞춘다. 다 전공의 부담과 책임으로 돌아온다”면서 “80시간이라는 합법선에 맞추기 위한 불법이 횡행하고 있다. 전공의법으로 근무 시간을 단축해도 그만큼 전공의가 부담해야 하는 ‘그늘’은 더 짙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전공의법이 근무 시간 추가 단축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2030 전공의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특별법'으로서 전공의법이 유지되는 한 근무 시간 감축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전공의법이 노동 시간 단축에 기여했지만 동시에 (80시간 미만으로) 더 줄이려는 시도를 제약하고 있다"면서 특별법인 전공의법이 근로기준법에 우선하면서 근로기준법을 기본으로 한 전공의 근로 환경 마련 시도를 무력화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법이 오히려 전공의의 근로자성을 제약하고 있다. 특별법으로서 전공의법이 지닌 한계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근로자이자 수련생이라는 전공의의 이중적인 상황에 근로기준법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전공의를 둘러싼 노동 조건과 제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류현철 운영위원(직업환경의학과)도 “전공의법은 근로기준법보다 더 긴 시간을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전공의 수련·근무 환경 개선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근로기준법 적용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류 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특별법에 매여있는 전공의법에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 일반으로 넘어가야 한다. 전공의의 이중적인 신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특별법이라는 형태가 마치 특혜를 받고 있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 그럼 전공의들이 법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으니 현재 노동 환경과 노동시간도 감내해야 한다는 여론을 논파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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