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단 수술에 전문의도 아니었다” 안면마비 부작용 생긴 환자, 의사 고소
- 수료증 앞세워 버젓이 ‘전문의’인 척 광고... 간판 등 표기 규정 모호 이용해 꼼수 판친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임에도 전문의인 척 광고하거나 간판을 달아 환자들을 속여 진료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의들이 최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진료를 하기 위해 이런 행태를 벌이고 있어 환자들의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다음날 수술 경과를 위해 A병원을 다시 찾은 최 씨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씨가 마취된 이후 사전 동의 없이 코와 팔자주름 수술도 이뤄진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 다음달에 방문 했을 때도 이러한 사전 동의 없는 수술은 이어졌다.
최씨는 “의사 마음대로 수술을 결정한 것도 어이가 없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해당 의사는 일반의로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니었다”라며 분노했다. 최씨는 결국 A병원 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26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씨가 A병원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A병원 관계자는 “의료 행위는 원칙적으로 의사의 재량”이라며 “경찰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정확한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를 수술했던 의사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증을 전문의 이력인 것처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수료증을 이력으로 내세우는 의사들에 대해 법원은 “정부가 인정하는 전문의 면허증이 아님에도 마치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될 소지가 많아 의사협회 광고심의의원회에서는 이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가지고 ‘면허’로 오인될 수 있게 광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씨와 같이 전문의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피해자는 매년 끊이질 않고 발생한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 서구의 한 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다가 심정지 후 뇌사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해당 의원도 전문의가 없는 일반 의원이었지만 성형외과 의원과 혼동될 수 있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런 사건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전문의 표기 관련 규정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현행의료법상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을 때에는 외부 간판에 ‘XXX 의원’으로 쓰고, 뒤에 ‘진료과목 성형외과’를 작은 글씨로 붙일 수 있다. 반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다면 외부 간판에 ‘XXX 성형외과의원’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외부 간판이 아닌 내부다. 병원 내부에 표기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최씨가 수술을 받은 A병원 역시 외부 표기는 지켰지만 내부에는 ‘A 성형외과’라고 적혀있어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몰리면서 위법·편법 표시는 일상화된 모습이다. 녹색소비자연대의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일대 ‘성형외과’ 문구가 포함된 간판 377개 중 의료법 규정을 준수한 간판은 34개(9%)에 불과했다.
한 변호사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라고 하는 병원 중 광고와 표시 규정을 제대로 지킨 경우는 10% 안팎일 것”이라며 “홈페이지에선 금지하고 있지만 블로그에선 할 수 있는 등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김현수 이사는 “규정이 복잡하고 애매하다 보니 시민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간판들이 여전히 많다”며 “수술을 맡은 의사가 전문 과정을 거친 전문의인지 인터넷 등을 통해 사전에 검색하고 직접 면허증을 확인하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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