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심증상자, 낙인 두려워 신고 안 할지도... “방역 빌미로 혐오 및 차별 안 돼”
국내 엠폭스에 감염된 누적 확진자가 3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방역당국이 엠폭스 환자에 대한 혐오 표현으로 비하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엠폭스 유행 확산을 성적 소수자에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의심 증상을 보이더라도 신고하지 않는 유증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엠폭스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환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통한 비난이 일부 보이고 있다”며 “환자에 대한 편견은 의심환자들을 숨어들게 해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임 단장은 “엠폭스는 코로나19처럼 위험도가 높은 감염병은 아니지만 감염을 숨기려고 할 경우 확산의 우려가 크다”라며 “의심증상자가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로 신고를 기피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배려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성소수자를 대상으로한 혐오와 차별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환자 발견이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다.
호흡기감염병과 달리 엠폭스는 주로 감염자와 피부접촉이나 성접촉에 의해 감염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성적 지향이 확인된 엠폭스 확진자 3만 438명 중 84.1%(2만 5690명)가 성관계를 통한 전파사례였다. 따라서 엠폭스가 코로나19처럼 전국적인 유행을 할 가능성은 낮지만 초기 증상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운만큼 확진자와의 밀접접촉 여부 신고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2020년 5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후 성소주자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가 일어난 것과 유사하다. 당시 한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 중 다수가 성소수자가 주로 다니는 클럽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클럽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신상정보와 이동 동선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방역을 빌미로 한 아웃팅은 오히려 의심 증상자가 검진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만들 수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분위기가 방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당시 방역당국은 신원 노출에 부담을 느끼는 접촉자들의 검사를 유도하기 위해 익명검사를 실시했다.
국내 첫 엠폭스 환자를 치료한 김진용 인천광역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엠폭스 방역에 고위험군의 감염병 예방과 건강증진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의심증상자들이)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대한 우려로 의료기관 진료와 신고를 기피해서 엠폭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개인정보 보호에 의료계나 방역당국 등 모든 국민에게 협조와 배려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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