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퍼진 여당의 ‘거부권 신중론’... 금주 내 추가 중재안 협의할 듯

- 거부권 행사 따른 총선 악영향에 주춤하는 국민의힘... 양곡관리법 선례에 신중
- ‘거부권 행사’보다는 ‘중재안 조율’로 노선 잡은 듯... 지역사회 문구 포함 가능성도

당초 간호법에 관련해 무조건적 거부권 건의 방침을 표명하던 국민의힘 측에서 급속도로 거부권 행사를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거부권 행사가 더욱 미궁속으로 빠지는 모양새이다. 여당은 거부권 관련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무조건적 거부권 행사 방침에서 중재안 조율 노선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간호법은 4일 정부로 이송되어 국무회의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법안의 공포나 거부권 행사가 결정되는 국무회의의 기한은 오는 19일까지로, 16일로 예정되어 있는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민의힘 측은 여야 합의없이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근 여당 내에서 거부권 건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형성되어 힘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는 간호법 관련 표결 거부로 인해 서울권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탓이다. 지난달 27일 본회의에 간호법이 여야 추가 협의 없이 그대로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을 거부하며 집단 퇴장한 후, 서울권 지지율이 무려 7%p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자칫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이어질 경우 조직력이 끈끈하고 결속력이 높은 간호계 전체를 적으로 돌려 내년 4월 총선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중심으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여론 조사를 실시해 거부권 민심을 청취하고 있다.

거부권 건의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국민의힘은 중재안 협의를 다시 시작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새롭게 선출되면서 여야 협치 분위기를 조성해보자는 취지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보탰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전까지 막판 물밑 협상이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7일 백브리핑에서 “간호협회가 일부 양보하는 내용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고, 민주당도 이 것에 동의한다면 중재안 마련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적 화해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절충안 마련을 위해서는 기존 정부와 함께 마련했던 중재안을 기본 골자로 하되, 간호계의 요구를 추가로 검토해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중재안 내용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을 기본 틀로 하고, ‘지역사회’ 문구를 유지하되 간호사 업무를 기존 의료법에서 규정하도록 하는 안과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되 간호사 업무를 원안대로 간호법 안에서 규정하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충안에서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으로 제명을 변경하는 내용도 원래대로 ‘간호법’으로 명명하는 안도 고려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중재안 도출 노력에도 최종 합의 여부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국회 입법권을 무시하고 통과 법안을 폐기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 내 의견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여당의 중재안 조율 시도 자체가 거부권 행사에 따른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취하는 정치적인 계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중재안 합의가 이뤄진다면 민주당 측에서는 간호법을 최종적으로 통과시킬 수 있고, 여당에서도 대통령 거부권으로 인한 부담을 상쇄하면서도 의사단체를 위한 노력까지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합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양곡관리법처럼 거부권행사는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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