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역 대립 구도 아니라 명분이 부족하고 관심도 떨어져
- 의사 대변 법안으로 해석돼 여당도 총선 표심 의식해 미온적 반응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과 관련해 여당이 대통령실에 대통령 거부권 건의를 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대통령 거부권 건의에 함께 통과된 ‘의사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측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 대상에 간호법은 포함시키고, 의사면허취소법은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여당이 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거부권 건의를 배제한 이유는 연속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거부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에도 행사 여부가 내부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여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조차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7일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간호법 표결을 단체 보이콧하자 서울권 지지율이 약 7%p 하락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 일각에서는 자칫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이어질 경우 조직력이 막강한 간호계 전체를 적으로 돌려 내년 4월 총선 표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해 거부권 민심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의사면허취소법은 간호법처럼 직역간의 갈등이 극심하게 발생하거나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거부권 건의를 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여당의 입장에선 의사면허취소법이 의사들을 대변하는 법안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고, 총선 표심을 잡기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우리 당은 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건의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만 법안 자체가 과도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하고 있다”며 “거부권 이외에 차후 법안 개정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도 “간호법 하나로도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의사면허취소법까지 함께 거부권을 행사하기엔 여당에 큰 부담일 것”이라며 “오히려 사회적으로 의사들은 기득권 층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가 총선에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래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악의 상황으로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법 시정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 김경태 부대변인은 “일방적인 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입법과정이라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바라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헌법 소원 등을 통해 추후 법 개정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들은 기존 의사면허취소법이 과도한 부분이 있다며 법안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정부·여당이 지난달 11일 제시한 중재안은 개정안의 결격사유 부분을 모든 범죄에서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 강력범죄에 대한 금고 이상의 실형으로 고치고 면허 재교부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여야 합의되지 못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새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