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에서 추락으로 인해 10대 중증 환자가 발생했으나 응급실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수용을 거부했던 응급의료기관 4곳이 행정처분을 받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증도 분류를 해서 응급환자를 수용을 관리할 수 있는 의료 여건은 만들어주지 않은 채 개별 기관에 책임만 묻겠다는 무책임한 태도라는 것이다.

4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10대 중증외상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 응급의료기관에 시정명령과 함께 보조금 지급 중단,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동산병원과 가톨랙대병원에는 시정명령과 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만 내렸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번 사망사고 원인은 개별 병원의 이기적인 환자 거부가 아닌 중증외상 응급환자에 대한 전반적인 인프라 부족과 병원 전 환자 이송, 전원체계의 비효율성”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응급환자를 응급실에 수용한다 하더라도 수술이나 입원 등 배후 진료가 불가능한 현 상태를 고발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응급의학과 입장만 보면 응급실에 수용하지 못할 환자는 없다. 현재 수용 거절 이유 대부분이 응급실 자체의 문제보단 후속과 최종진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환자 수용 판단은 상황마다 다를 수 있고, 이 것을 법적으로 강제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응급환자 수용 거부만 제재할 것이 아니라 경증 환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경증환자의 119 이송을 중단하고, 상급병원 이용을 줄일 수 있는 보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병원 전 환자 분류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하고, 응급환자 강제 수용시 발생할 수 있는 진료 결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감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기 환자나 교통사고에서 발생한 경증 환자들도 119를 타고 내원하는 현재 상황에서 사실상 모든 119환자를 받거나 못 받는 극단적인 응답 대장을 전수 기록하라는 복지부의 처분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의들에겐 가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처분 결과로 이송 지연에 따른 책임을 현장 의료진에게 전가해 민사 형사상 소송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고, 이는 향후 더 많은 소송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증도 분류 의무 위반 지적에 대해서도 이들은 “중증도 분류는 효율적인 응급 진료를 위한 수단이며, 후속 진료를 전제로 이뤄지는 행위”라며 “119로 내원한 모든 환자를 분류소로 일단 진입시켰는데, 다른 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한 경우 접수와 비용 발생에 따른 민원과 분쟁 소지, 이송 책임의 주체, 상급 진료 지연이나 치료 결과 악화에 따른 법적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이번 사건은 이번에만 일어났던 일이 아니며, 10년 전에도, 그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됐던 일이고, 개선점이 없다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일”이라며 “지키기 못할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하면 처벌하는 현 행태가 이어질 경우 응급의료현장의 붕괴는 더욱 가속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