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의협 “의사·간호사 수 늘어도 인력 부족 해결 안 돼... 숫자 아닌 처우의 문제”
- “정부가 의약정 합의 파기한다면 의료계는 선택분업 적극적 시행 고려할수도”
최근 정치권과 일반 국민여론을 중심으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병원의사협회가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 아닐뿐더러 의약정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25일 입장문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언급되는 ‘필수의료 붕괴’ 문제는 “의사 배출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필수의료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병의협은 “필수의료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2001년 대한민국 의사 수는 7만 5000명이었으나 지금 대한민국의 의사는 14만 명이 넘는다”고 필수의료 부족과 의사 수 부족의 무관함을 설명하며 “의대 정원확대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간호대 정원 확대 정책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간호대 정원 증가율은 이미 OECD 최고 수준이고, 조만간 인구 1000명 당 간호사 수는 OECD 평균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의료기관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처우 등으로 인해 결국 의료 현장을 떠나는 간호사가 많아진 것처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들 또한 단순한 증원의 문제를 떠나 처우 개선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병의협은 “최근 의대 졸업생들은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하기는커녕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힘든 전문의가 되기보다 워라밸을 추구 할 수 있는 분야로의 지원이 몰리고 있다”며 “대한민국 전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인 만큼 젊은 의사들을 마냥 비난할수 없고, 이를 바로잡지 않고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는 의사들을 외면한 채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의대 정원 확대만 추진한다면 결국 미용의료 시장만 더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의사 인력을 필수의료로 끌어올리려면 필수의료 분야가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고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되어야 한다”며 “그 방안으로 대대적인 수가개편, 불가항력의료사고 면책조항 신설, 적극적인 필수의료 인프라 지원 정책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의대 선발 전형에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만 일하도록 혹은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하도록 강제하는 법을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개인의 자유와 직업 선택권을 박탈하자는 위헌적인 주장으로 비슷한 제도를 추진했던 타 선진국들도 모두 실패한 정책”이라며 “의대 교육 및 의사 육성 시스템에 전혀 이해가 없는 주장”이라고 황당해했다.
정치권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의약정 합의에 위배된다는 점도 언급했다.
병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약속했던 수준만큼 의대 정원 감축이 이뤄지지 않자 의료계에서는 의약정 합의 파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지만, 국민건강을 생각해 대승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일각에서 의약분업 이후 줄였던 정원을 그 이전으로 회복시키자는 주장이 있는데, 의약분업 정책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 의약분업 정책이 폐기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정부나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2000년 의약정 합의 사항인 의대 정원 감축 및 동결을 파기한다면 의료계는 의약분업을 지킬 이유가 없어져 의료기관 원내 조제를 통한 선택 분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며 “의약분업 투쟁 당시 정부와 협상 당사자였던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을 한 명이라도 늘리려면 의약분업 정책 폐기가 불가하다고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일부 정치인, 시민단체들은 의대 정원 확대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왜곡의 근본 원인과 필수의료 붕괴의 주된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대대적인 의료 개혁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의협을 비롯한 전 의료계도 의대 정원 확대 저지 및 의약분업 폐기 투쟁에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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