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 e커머스,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 매출 6년 만에 117배 증가에도 적자 지속, 영업손실은 6년 만에 26배 증가
- 롯데·GS·BGF 잇달아 철수... ‘빅3’ 쿠팡·SSG·컬리 승자독식 여부에 주목
쿠팡, SSG닷컴과 함께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계의 3강을 이루고 있는 컬리가 2014년 창사 이후 단 한 번도 영업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감사보고서가 처음으로 제출된 2016년 179억이던 매출은 작년 2조 373억 원으로 6년만에 117배 가량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영업 손실도 88억 원에서 2334억 원으로 26배 넘게 많아졌다.
컬리가 지난 2015년 새벽배송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 이후, 새벽배송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왔다. 2019년 1조 2000억 원 수준이었던 거래액은 지난해 7조 5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늘어난 시장 규모에도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빅3 업체조차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조인 컬리는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창사 8년 만에 매출 2조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계속기업으로 존속 능력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컬리는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은 채로 4년째 ‘공헌이익’이 흑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박하고 있다. 공헌이익이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이다.
여기에 고정비를 차감하면 순손익이 된다. 공헌이익이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물류센터 구축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고정비 지출만 일단락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컬리 측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첫 영업 이익(연결기준)을 낸 쿠팡이 2016년 공헌이익, 2022년 2분기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2022년 3분기 영업이익 순으로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다만 회계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작년만 하더라도 변동비 성격인 운반비, 인건비 지출은 급증한 반면 고정비에 해당하는 유·무형자산 상각비 등은 별로 늘지 않았다”며 “지난해 순손실만 해도 2231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공헌이익 역시 적자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또, 컬리의 앞으로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스럽다. 컬리의 작년 말 기준 6개월 안에 갚아야 하는 매입 채무는 총 1508억 원, 현금성 자산은 1956억 원에 이른다. 보유 현금으로 외상을 다 갚기가 빠듯하다는 의미이다. 순자산은 1903억 원으로 지금과 같은 적자가 한두해 반복되기만 하더라도 자본 잠식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지난 1월 컬리는 막대한 영업비용 충당을 위해 e커머스 업체 중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가 무기한 연기한 적도 있다. 그 대신 이달 19일 홍콩계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 원을 조달했다.
컬리가 2021년 이후 세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외국계 주주로부터 수혈받은 자금만 6000억 원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투자자들이 투자 원금을 회수하려면 컬리의 기업가치가 최소 4조 원은 돼야 한다”며 “1조원도 못 미치는 현재의 기업가치로는 상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업력 9년차를 맞고 있는 컬리는 국내 새벽배송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e커머스 기업이다. 테크 분야 인적 자원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신선식품 폐기율을 0.5%까지 끌어내렸고, 3% 수준으로 알려진 대형마트에 비해 훨씬 낮다.
그런 컬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정도인 만큼 다른 e커머스 기업 중 최근 1~2년 사이 새벽배송 사업에서 철수한 기업이 수두룩 하다. 2017년 새벽배송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GS리테일의 온라인 ‘GS프레시몰’은 지난해 7월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했다. 작년 4월엔 롯데의 ‘롯데온’, 5월에는 BGF리테일의 ‘헬로네이처’도 새벽배송을 중단했다. 대부분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된 것이 다른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한 방법이다. 이에 CJ대한통운 등 기존 물류업계와 손을 잡고 다음날까지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 11번가, G마켓 등이 이런 방법으로 제품을 배송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새벽배송을 할 때보다 투자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선 새벽배송 시장에서 끝까지 버틴 쿠팡, SSG닷컴, 컬리가 승자독식의 과실을 수확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분명히 있다”며 “결국 살아남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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