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폐업한 부당청구 병의원 업무정지 막자 ‘과징금’ 꼼수 처분 내리는 복지부

- 복지부, 과징금 적용 기준 고시 바꿔 지난해 7월부터 실행
- 법조계 “업부정지 대체의 성격, 이익 박탈적 과징금으로 볼 수 없어”

폐업한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부당청구을 새로 개설한 의원에 적용해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1년 5개월이 지난 가운데 이후 복지부가 업무정지 처분 대신 ‘과징금’ 처분을 내리는 형채로 제재 방식을 바꿔 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미 폐업한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이 위법 판결을 통해 무력화되자 해당 의료기관을 개설한 원장에게 업무정지 처분 대신 부당청구 금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실제로 A원장은 지난 2017년 7월 개설했다가 1년 뒤 폐업하고 이후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는데 복지부는 지난 2019년 9월 A원장이 개설했던 의원에 대해 부당 청구가 의심된다며 현장조사를 펼쳐 2000여만 원의 부당청구액을 적발하고 환수와 동시에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함께 내렸다.

하지만 이미 해당 의원이 폐업한 상태이기에 복지부는 업무정지 처분을 철회하고 그 대신 A원장에게 5배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A원장은 부당청구액 2000여만 원과 함께 과징금 1억여 원을 납부해야 했다.

이런 복지부의 과징금 폭탄 행태는 지난해 6월 고시 개정 이후 나타나고 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복지부는 폐업한 의료기관의 부당청구를 이유로 새롭게 개설한 의원에 업무정지 처분을 승계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이후 ‘업무 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적용 기준’으로 바꿨다.

기존에는 요양기관이 행정처분 절차 중 폐업했을 때 업무정지 처분 실효성이 없어 과징금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 내용을 ‘행정처분 확정 전’에 폐업했을 때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이다.

즉 요양급여기관을 부당청구한 요양기관이 현지조사 중 폐업한 경우에만 업무정치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이 가능했었으나 해당 개정으로 현지조사 환료 이전에 폐업한 경우에도 과징금 처분이 가능해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복지부의 이같은 행태가 일종의 ‘꼼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당청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라는 대명제 아래 기본적인 법리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사건을 주로 맡은 한 변호사는 “폐업한 기관인데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을 대체하고 있어 부당하다는 사건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도 몇 건을 수임중에 있다”며 “업무정치 처분 자체가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제재인 것인데 기관이 사라졌다고 사람에게 처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법제처의 해석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법제처는 2009년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 징수할 수 없다는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 의료급여법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의료급여기관이 폐업을 해 업무정지를 할 수 없으면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법제처는 “일반적으로 업무정지 처분으로 발생할 사회적 불편으 막기 위한 공익적인 이유에서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특정 사업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으로 얻으려는 공익보다 이로 인해 침해될 공공의 이익이 더 클 때 업무정지를 하지 않는 대신 사업자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부과해 업무정지 처분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동시에 공공의 이익도 확보하려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징금은 유효한 업무정지 처분의 존재를 전제로 그것을 갈음하는 처분인 것이지 업무정지와 병행하거나 별도로 부과하는 처분이 아니다”라며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수 있더라도 처분 필요성이 없으면 그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도 할 수 없거나 필요성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부연했다.

즉 의료기관을 폐업하면 그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고, 이에 따른 과징금 부과 처분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 대상에게 내리는 처분이므로 무효라는 것이다.

다만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근거해 업무정지 대상 노인장기요양 시설이 폐업했다면 업무정지에 갈음해 과징금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서울고등법원의 확정판결이 존재한다. 여기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의료법과 달리 ‘폐업’에 대한 시점을 정하고 있지 않다. 의료법에서는 ‘행정처분 확정 전’이라는 폐업의 시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변호사는 “과징금 유형에는 이익 박탈적 과징금, 업무정지 대체 과징금, 독자적 제재 수단으로의 과징금이 있는데 요양급여비 환수가 이익 박찰적 과징금 제도와 매우 유사하다. 받은 이익을 그대로 돌려줘야 하는 셈”이라며 “현재 요양기관에 대한 과징금은 업무정지 대체의 서역인데 정부도 그렇고 법원도 그렇고 갈음한다는 말을 이익 박탈적, 독자적 제제 수단의 과징금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 의사한테 1억 원이라는 금액은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사회적 편견도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며 “말이 1억 원이지 과징금은 부당금액의 5배까지 부과할 수 있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부당청구는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환수를 통해 1차적 제재를 이미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초 대법원이 업무정지를 대물적 처분이라고 보는 쪽으로 해석이 끝났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한마디에 모든 기본적인 법리틀이 무너질수도 있다. 무작정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하는 행태는 복지부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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