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북부지법, 유족 측이 제기한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기각
- “진단·처지 적절했고 과실 인정도 어렵다”
산후 출혈로 인해 산모가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10억 원대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의사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출산 후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제기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 한 여성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분만 직후 상태는 양호했던 A씨는 출혈이 멈추지 않고 급성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받던 중 다음날 사망했다. 직접 사인은 파종성혈관내응고로 산후 출혈이 원인이었다.
유족은 환자를 담당한 산부인과 전문의인 B씨가 주의 의무를 위반해 환자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배상금 총 10억 5,014만 5665원에 더해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B씨가 자궁수축제를 과도하게 투여해 자궁 파열이 유발됐고, 출혈이 지속되는 과정에서도 열상을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고 바크리 시술을 한 과실이 있다고 했다. 이후 경과 관찰이나 전원도 소홀했다고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료감정 등을 토대로 이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감정했던 의료감정의 2명은 “환자에게 투여한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메덜진·듀라토신 모두 통상적인 진료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이론적으로 듀라토신이 자궁파열과 관련될 수 있으나 실제로 산후 출혈을 막기 위해 투여한 자궁수축제 때문에 자궁파열이 일어나거나 악화시킨 사례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B씨가 자궁경부 열상을 제대로 진단과 처치를 하지 못해 바크리 시술로 열상이 확대돼 자궁파열이 일어났다는 주장도 “매우 드물고 시술 후 환자 활력징후가 회복됐으므로 시술 자체가 잘못됐거나 이 때문에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단정 할 수 없다”며 “설령 바크리 시술로 자궁이 파열됐다고 하더라도 B씨가 이를 진단할 방법도 없고 사전에 예상했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술 후 경과 관찰도 제대로 이뤄졌고, 전원 시 더 가까운 병원이 아니라 다른 병원을 선택한 것에 관해서도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므로 전원 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며 “또한 실제 수술 중 파열이 일어났다고 해도 B씨가 여기까지 예상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가 바크리 시술에 앞서 환자 측에 부작용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가 바리크 시술로 인해 자궁파열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바크리 시술로 자궁 파열이 일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또한 실제 수술 중 파열이 일어났다고 해도 B씨가 여기까지 예상해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군다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만으로 위자료 지급을 요구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의사가 위자료 지급 의무를 지는 경우는 수술 등 침습 의료행위나 사망처럼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행위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에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청구 내용 모두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유족 측이 부담하도록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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