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에 필러 맞고 실명한 미성년 환자에 병원이 90% 손해 배상”

- ‘미성년자 사용 금지 필러’ 시술했다가 환자 실명
- 3억여원 배상 판결 확정... 2심, 1심보다 7000만 원 ↓
- “미성년자에 필러 시술 금지... 보호차원에서 더 엄격하게 지켜져야”

법원이 코 필러 시술을 받았다가 합병증이 발생해 한 쪽 눈을 실명한 미성년자 환자에 대해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미성년자에게 필러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거나 성형용 필러 사용으로 인한 실명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민사9부는 환자 A씨와 A씨의 어머니인 B씨가 성형외과 의사 C씨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C씨가 A씨에게 3억 1,623만 원, B씨에게는 1,000만 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심보다는 A씨에 대한 손해배상금 액수가 7000만 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A씨와 C씨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

A씨는 지난 2016년 1월 C씨의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과 코 필러 주입술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쌍꺼풀 재교정 수술과 코 필러 추가 시술을 받았다. 코 필러 주입술은 콧대를 높이거나 코 끝을 올리는 등의 미용적인 목적으로 코에 필러 물질을 주입하는 성형술이다. 추가 시술 당시 A씨의 나이는 17세로 미성년자였다. 필러를 사용한 시술을 미성년자에게 행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후 A씨는 코 부분의 피부색 변화 및 염증, 오른쪽 눈 시력 저하 등 부작용이 발생해 3일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이 후속 조치에 나섰으나 효과가 없었다. 급기야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망막혈관 폐쇄로 인해 오른쪽 눈이 실명되고 오른쪽 눈 사시, 피부 괴사에 따른 얼굴 흉터가 남게 됐다.

그러자 A씨와 B씨는 병원 측을 상대로 각각 4억 4801만 원과 2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씨 측은 “미성년자에게 필러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데도 의료진이 필러 주입술을 시행했을 뿐만 아니라 시술 전 미성년자에게 필러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거나 실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지 않아 자기 결정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과실과 A씨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C씨에게 진료계약상의 채무 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C씨 병원 의료진은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금지된 필러 물질을 당시 미성년자인 A씨에게 사용하면서 사전에 ‘필러 물질이 미성년자에게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망막혈관 폐쇄로 인한 실명, 사시 및 피부 괴사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A씨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채 필러 주입술을 받았다”고 의료진의 수술시행상 과실과 설명 의무 위반 등을 모두 인정했다.

여기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필러 물질이 망막혈관에 유입되지 않도록 해 합병증 발생이 위험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술기상 과실과 수술 이후 합병증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나 응급처치 등 대응 방법에 대한 설명 및 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적시에 치료 받을 기회를 잃게 했다는 A씨 측 주장도 모두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심은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2억 9507만여 원과 기왕치료비 1217만여 원, 향후치료비 1076만여 원 등 A씨의 재산상 손해를 3억 1801만여 원으로 책정했다. 다만 병원 측 책임을 90%로 제한했고, 위자료는 1억원으로 산정해 C씨가 A씨에게 모두 3억 8621만여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B씨에 대한 위자료는 1000만 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A씨와 C씨 측 모두 판결에 불복하면서 재판은 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2심 과정에서 C씨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필러 주입술이 금지된 이유는 시술 자체의 위험성 때문이 아니라 관련 규정상 18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A씨는 수술 바로 다음 날 18세가 됐고, 18세 이상에 대해서는 필러가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성년자에 대한 필러 주입술은 현재 의료계에서 실제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며 "의료진은 성년에 매우 근접한 A씨의 요청으로 수술을 결정했고, 용량도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적게 사용하는 등 A씨에 대한 필러 주입술 시행이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2심도 "미성년자를 상대로 필러 주입술이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거나, A씨의 이전 시술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시술상 주의사항을 다르게 보기 어렵다. 오히려 신체적·정신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시술상 주의사항은 엄격하게 지켜져야만 한다"며 A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재산상 손해를 일실수입 2억2461만여원, 기왕치료비 1225만여 원, 향후치료비 338만여 원 등 1심보다 7700만여 원 적은 2억 4026만여 원으로 산정했고, 병원 측 책임은 1심과 마찬가지로 9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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