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가 유발하는 경제효과와 국위선양 등을 고려하면 병역특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
- 병역에 민감한 국민 여론을 고려해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국익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예술인의 군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이른바 'BTS 법안(병역법 개정안)'이 25일 국회에서 첫 심의에 들어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보류되었다.
여야를 떠나 병역특례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되었으나, 결국 병역에 민감한 국민 여론을 고려해 심도 있는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함에 따라 향후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를 밟게 되었다.
소위원회에서는 BTS가 유발하는 경제효과와 국위선양 등을 고려하면 병역특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과, 병역에 민감한 국민 여론을 고려해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양측이 팽팽하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 현행 병역법상 특례 규정
현행 '병역법'은 현역병 입영 및 보충역 대상자 가운데, 다음의 경우만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대통령령이 정한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
이에 따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60일 이내 군사교육을 포함한 의무복무 기간인 2년 10개월 동안 문체부 장관의 지휘·감독 아래 자신의 예술·체육 관련 특기를 활용한 공익 업무 분야에서 복무하게 된다.
◆ 좁은 범위의 병역 특례 대상자
현행 병역법 시행령은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예술·체육요원 추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다음의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 병무청장이 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 경쟁부분 입상자
- 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경우 국내예술경연대회 경쟁부문 입상자
- 5년 이상 국가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사람
- 올림픽대회 3위 이상 입상자
-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
즉, 대중문화예술인은 원칙적으로 '예술·체육요원'이 될 수 없고, 운동선수도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않으면 국제체육경기대회에서 한국 신기록과 같은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예술·체육요원'으로서의 병역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6월 시행된 대중문화예술인 입영 연기 제도로 문화훈·포장 수훈자 중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만 30세까지 입대를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까지 이에 해당되는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따라서 방탄소년단의 맏형인 진(본명 김석진)은 1992년생으로 입영 연기를 신청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만 30세가 되는 내년 말까지는 입대해야 되는 상황이다.
◆ BTS의 전 세계적 인기에 병역법 개정 급물살
2010년 들어 전 세계에 한류가 부상하면서 병역 특례 의견이 나오기는 했지만 파괴력은 미미한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방탄소년단이 누구나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하자, 다시금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최고 상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고, 전날에는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후보 명단에도 다시 오르면서, 계속 큰 성과를 내고 있자, 드디어 대중음악계도 K팝스타의 병역 혜택에 대한 주장을 강하게 펼치기 시작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9월 대통령 특별사절로도 임명돼 유엔총회에 참석, 명실상부 국가 위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인 상황이다.
“세계에서 활약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이런 논의를 촉발시킨 것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 정부가 한류를 치켜세우면서도 그에 맞는 대접을 제대로 해줬는지 의문이다. 조금씩이라도 K팝 업계가 수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음반 제작사 관계자)
◆ 또 다른 역차별은 멈춰야
“대중문화예술인만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 게 더 불공평하다. 클래식이나 국악, 발레 등 순수예술 관련 대회 우승자는 병역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팝과 대중예술이 빠진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국민적 합의로 순수예술과 체육계에 대체복무 혜택을 주면서 오직 대중문화 분야만 예외로 둔다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이다’
◆ K팝 산업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야
“방탄소년단의 UN연설은 국가 위상을 높였을 뿐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를 널리 알리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다. 한류 스타 대체 복무를 통해서도 이처럼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BTS 이후 음반 판매량 100만 장을 돌파한 K팝 그룹이 늘어나는 등 K팝 시장이 10배가량 확장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따라 관광 산업 등 다른 시장도 함께 커졌다. K팝 산업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점을 병역법 개정 시 인정해 줘야 한다”
◆ 형평성과 시대의 흐름에 부합
“기존 예술·체육 분야에 대중예술(대중문화)을 포함시키는 것이 형평성과 시대 흐름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손흥민 선수는 되는데, BTS는 안 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손흥민 선수가 경력단절 없이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뛸 수 있는 건 국가 이미지 제고와 국민의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암묵적인 국민적 지지가 있었던 것 때문이다. 21세기의 비틀즈라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퍼포먼스의 예술적 가치가 클래식 장르에 미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세월이 지나면 BTS의 음악도 클래식이 된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국가적 손실의 우려
“한창 탁월한 실력을 발휘할 시기에 병역을 이유로 더 많은 문화적 기여와 국위 선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할 수 있어, 이는 개인적 손해 차원을 넘는 국가적 손실이다”
◆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인정해 줘야
“서울에서 열린 클래식 콩쿠르 1위 수상자와 팝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BTS 중 누가 더 국위를 선양한 것일까? 올림픽 메달 1개의 경제적 가치는 최고 2690억 원이지만, BTS의 경제 유발 효과는 10년간 약 56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 또한 BTS를 통해 K팝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하고 판로를 개척하면서 '낙수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 인구 급감에 따른 군 복무 인원 감소
“인구 급감에 따른 상황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병역 자원 감소 추세와 공평한 병역 이행 등을 고려했을 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2023년 이후부턴 병역 자원 부족 현상이 현실화될 것이다”
◆ 대중문화예술인의 상업적 측면 고려해야
“대중문화예술인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콩쿠르 대회 우승자와 달리 상업적인 측면이 있어 단순 비교하는 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부 청년들은 가수들의 경제활동으로 얻어진 부수적 명예에 대해 왜 면제로 보상을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 다른 분야로의 확대 위험
“BTS에 병역 혜택을 주면, 게임 분야 등 다른 영역에까지 병역 면제 논의가 확대돼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의원 다수가 개정안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분위기이다”
◆ 공정성의 측면도 고려
“도쿄 올림픽 때도 메달리스트들이 병역 특례를 받는 것을 보고 분노하는 여론이 꽤 많이 있었다. 묵묵하게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도 엄청나게 국가 선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건데, 그런 청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 국익 기여도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 불가능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도입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국익 기여도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령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어디서 어떤 성적을 거뒀을 때 특례 혜택을 부여한다'라고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따지는 것도 기관마다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법을 잘못 만들었다가는 더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주민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