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등 젊은 의사들의 이권을 대변하는 직역단체들이 회장직을 역임할 사람을 찾지 못해 원활한 임원 선출과 선거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과거 직역단체 활동에 적극 참여했을 이들도 스타트업 창업과 유튜브 채널 개설 등 개인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25일 대한전공의협의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출마자가 없어 한 차례 미뤄졌던 제27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이 이번에도 후보를 구하지 못해 다시 한 번 연기됐다.
당초 대전협 차기 회장 선거는 지난 14일까지인 후보자 등록 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21일까지 연기됐다가 21일에도 출마자가 없어 다시 일주일 연기됐다.
대전협 안팎에서는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자가 있다는 소식이 간간히 나오고는 있지만 전공의 대표 단체인 대전협에서도 출마자가 없어 선거 일정을 두차례나 연기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직전 3차례 회장 선거에서는 복수의 출마자가 나와 경합을 벌이며 선출됐는데, 불과 3년만에 단독 출마는커녕 후보자 자체가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회장 구인난’은 비단 대전협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단체들에선 점차 더 극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공중보건의사 단체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와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경우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여파로 인해 진행된 회장 선거에서 후보자가 없어 홍역을 겪었다.
대공협은 제36대 대공협 회장 선거 후보 등록 기간을 세 차례 연장한 끝에 2명의 후보자가 나오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다시 후보자가 한 명으로 줄었다. 그마저도 36대 회장을 한 신정환 회장이 단독 출마하는 형태였다.
반면 끝내 후보자가 나오지 않은 의대협은 회장 자리가 2년 반 가까이 비워져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의대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젊은 의사단체의 흐름이 공동체를 위해 어느정도 자기 희생을 감수하기 보다는 개인적 성공을 쫓는 이들이 늘어난 사회적 추세와도 연관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검사와 공무원들도 격무와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에 지쳐 검찰과 정부기관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의료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전문의 수련 과정을 패싱하고 일반의 신분으로 미용 분야로 뛰어들거나 복무기간이 긴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대신 현역 입대를 택하는 경향도 늘어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노력과 시간에 비해 보상이 적거나 전무한 직역 단체 활동에 대한 관심도도 크게 떨어지고 있ㄴ느 추세다.
40세 이하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으로 구성된 단체인 젊은의사협의체의 서연주 공동대표(전 대전협 부회장)는 “직역 단체 회장 자리는 뭔가를 얻기 보다는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는 자리인데, 지금은 그런 일의 가치가 과거보다 떨어지는 사회가 됐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직역단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신뢰와 관심이 떨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굳이 내가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을까. 내 살 길이나 찾자’며 미용으로 빠지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에너지 많고 능력있는 의대생, 젊은 의사들은 과거보다 많아진 느낌”이라면서도 “직역단체 활동에 대해서는 대부분 회의적이고 대신 창업, 유튜브 등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실제 의대협이 회장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비임상을 비롯해 의대생들의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돕는 단체들이 오히려 의대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의대생TV 박동호 대표는 “젊은 의사들이나 의대생들을 위한 강연을 조금만 찾아봐도 창업이나 유튜브 관련 주제들이 많다. 나도 유튜브나 퍼스널 브랜딩과 관련된 강연을 많이 다니고 있다”며 “내가 처음 의대생TV를 시작했던 2018년 말 정도만 해도 유튜브를 하는 의대생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많은 의대생들이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간 보수적이었던 의료계도 점차 사회에 발맞춰 가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한다”며 “임상 의사로서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좋은 선례들이 조금씩 생기면서 그에 따르는 기조가 생기는 것 같다. 사회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생각하고 의료계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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