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 임금도 2.5% 올랐는데, 수가는 겨우 1.6%... 개원가 절망

- 물가 상승률도 주춤하고 있지만 3.5% 고금리는 여전...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쳐
- 신생아 뇌성마비 12억, 심장 수술 환자에 9억 배상 판결도 개원가 사기 꺾어
- “인상률 격차서 오는 메시지 괴로워... 누가 필수의료 하겠나”

의료계에 악재만 거듭해서 닥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시급 인상률마저 의원 유형 수가 인상률을 훌쩍 뛰어넘자 개원가가 절망에 빠지고 있다. 수억 원 대의 손해배상 판결이 이어지는 상황 속 임금 인상률보다 수가 인상률이 현저히 낮아 사실상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는 내년도 최저시급을 9860원으로 결정하고 이를 고시했다. 이는 올해와 비교해 2.5% 인상된 금액으로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206만 74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에 지난 5월 역대 최저 수준의 수가 인상률인 1.6%를 받아든 의원급 의료기관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다. 계속되는 경영난 속에 폐업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시급 인상률마저 수가 인상률보다 높자 ‘사실상 수입 감소’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고물가·고금리 기조도 병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도 대비 5.2%가 올랐다. 다행스럽게도 6월에 접어들며 2%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둔화세에 있지만 2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3%~4%의 고물가에 시달렸던 개원가는 여전히 출혈이 크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1.75%에 불과했던 한국은행 기준 금리 역시 올해 초 3.5%로 인상된 이후 지금까지 동결되어 고금리 기조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다른 과에 비해서 급여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진료과 의원들은 더욱 걱정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경우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거나 일반 진료로 전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최근 충남 내포신도시 소청과 의원 사례를 비롯해 보호자들의 악성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하거나 일반 진료로 전환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소청과 탈출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뇌성마비 신생아의 분만을 담당한 의사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비롯해 심장 수술 이후 장애가 생긴 소아 환자에 의료진이 9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 등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도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의료진에 부과하는 판결 기조 역시 개원가들의 사기를 꺾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최저 시급 인상률 자체보다는 수가 인상률과의 차이에서 오는 메시지가 더욱 괴롭다. 이러면 다들 돈 되는 피부미용으로 떠나지 뭐하러 필수의료를 하겠느냐”며 “고액배상 판결도 계속되고 있는 것에 불만도 다들 상당하다. 우리나라 개원가의 장점이 필수의료를 하는 전문의를 쉽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점점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는 개원가가 수익이 더 많더가나 수가 역전이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개원가에서 폐업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며 “그렇게 많은 의사가 나오고 있음에도 필수의료를 하겠다는 의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국 먹고 사는 생존이 안 되니 다들 떠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불공정한 수가 협상 구조를 지적하고 나섰다. 오는 12일 열리는 심포지엄에서도 관련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원급 수가는 원가의 80% 수준인데 수가 인상률을 산정하는 SGR 모형은 원가 이상인 경우에나 반영할 수 있다는 것.

실제 제6차 제도발전협의체에 보고된 '2023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및 건강보험 수가구조 개편방안 연구'에 따르면, 의원급 수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본진료료의 원가 보상률은 85.1%에 불과하다. 수술과 처치 부분도 수가가 원가보다 낮으며 보상률은 각각 81.5%, 83.8%다.

이와 관련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최저시급 인상은 직원들의 권익 보호와 복지를 위해 필요하고, 오른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문제는 이를 지급하는 개원의의 여건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강제적으로 어디는 조금 올리고 어디는 많이 올리면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몇 년 사이 최저임금이 엄청나게 올랐지만, 개원의들은 막대한 인건비를 감당하면서도 고용창출을 유지하고 있다”며 “여기서 오는 경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수가가 따라가지 못하니 수익구조가 나빠지고 있고 결국 병·의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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