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허용 판결, 사법부가 입법부 역할 침범한 것”

-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파기환송심 오는 9월 14일 선고 예정
- 연세대 보건대학원 장욱 교수 “사법부가 입법부 역할을 침범” 지적
- “직역 갈등 부채질만 하는 사법부... 의료문제 해결은 입법부가 법 제정 및 개정 통해”

기존의 판례들을 모두 뒤집고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를 비롯해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비롯해 최근 내려진 한의사 뇌파계 사용 관련 판결과 치과의사 안면 보톡스 시술 판결처럼 사법부가 의료 먼허 문제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려고 입법부의 역할까지 침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 보건대학원 장욱 교수는 한국의료법학회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사법부가 의료인 면허와 관련한 판결에서 “법률 해석을 넘어 새로운 법률을 재정하려는 자세”라고 지적하며 “이는 입법부 역할을 침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의료행위와 의료인 면허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그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할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보건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내려진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합의체의 결정은 위와 같은 내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의료법 취지를 벗어나 의료인 종별 경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전원합의체 재판부가 사안의 타당성만 중요시 하면서 입법자의 역할도 침범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더 큰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법원이 한의사의 사용이 위법이 아니라는 근거로 제시한 ‘한의사 사용을 금지할 규정이 없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의료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용도 금지할 수 없다는 논리로 확대될 우려도 있다. 이번 결정으로 초음파 진단기기 외에도 다른 현대적 의료기기 또한 한의사가 사용해도 면허 범위를 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곧 사법부가 의사와 한의사 간의 직역 분쟁에 부채질을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사법부는 법적 문제를 판단하는 전문성을 지녔다. 정책적 문제에 전문성이 있는 게 아니다. 국가정책적 변화는 (사법부가 아닌) 다른 국가기관이 우선 해결하는 게 타당하다”고 조언했다.

따라서 “의료 체계나 면허 규정이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잘못됐다면 입법부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법률을 제·개정해서 해결해야 한다”며 “사법부가 이를 해결하겠다며 법률의 뼈대만 남을 수준으로 확장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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