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일운동을 전개했으나 후에 북한과 중국에서 활동하며 인민군가 등을 작곡한 음악가 정율성(1914~1976)을 기리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가운데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장관직을 걸고 해당 사업을 저지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28일 박 장관은 6·25전쟁 당시 전국 최초로 가장 큰 규모의 학도병 출정식이 열렸던 전라남도 순천역 광장을 찾아 ‘호남학도병 현충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한 박 장관은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고 하는 광주시의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정율성은 우리 국군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볻돋았던 응원대장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 사람을 기리는 사업에 국민들의 예산을 쓴다는 것은 단 1원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경남 밀양 김원동 생가터에 지어진 의열기념관이 정율성 역사공원 합리화로 이용될 순 없다. 김원봉에게 대한민국 독립 이래 최고 훈장을 주고 싶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역사관에 반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광주시가 논란 이후에도 재검토하지 않겠다고 강행 돌파하고 있는 것에도 “지자체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관련된 법적 감사원 감사 청구 등 여러 방면을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을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순천역은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7월 호남지역 학생들이 모여 학도병 참전을 결의한 곳이다. 당시 그 규모는 전국에서 가장 컸다. 이렇게 최초의 학도병 중대가 편성됐고 이들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북한군 6사단 1000여명과 첫 학도병 전투인 '화개전투'를 치렀다. 이 전투 덕에 국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지킬 수 있었다.

박 장관은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예산은 오직 '호남학도병들'처럼 대한민국의 영웅들을 기억하기 위한 예산만 있을 뿐이다"면서 "우리의 학생과 국민들이 '호남학도병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계승할 수 있도록, '호남학도병들'의 숨결이 깃든 순천역 광장에 현충시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고병현(93) 선생을 만나 국가유공자들에게 수여되는 '영웅의 제복'을 전달하고 순천 매산고등학교를 찾아 출신 학도병 30여 명의 이름이 새겨진 6·25참전기념비에 헌화하기도 했다.

한편 광주광역시는 연말 완공을 목표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자신의 SNS에 사업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강기정 광주시장이 맞받아치면서 정율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사업을 두고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여야 정쟁으로까지 치닫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