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남지 않은 수술실 CCTV 의무화...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떠들썩

- 병원장들 "현장 떠나려는 외과 의사가 늘어날 것"
- PA로 인해 분쟁 우려로 수술실 인력 고민 커져

수술실 CCTV 설치법 시행을 오는 25일 앞두고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나 의료기관들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바쁘다. 이미 CCTV 설치가 되어있는 수술실이 있는 곳들이 대부분이지만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시설 변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술 장면을 환자나 보호자 요청 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온오프(On-Off)가 가능해야 하며, 기록된 정보나 장면이 누출되지 않게 관리를 위한 별도 공간도 필요하다. CCTV 작동 여부를 알 수 있도록 수술실 밖에서 ‘녹화중’ 정보를 표시하는 알림판 설치를 해야 한다.

또한 수술실 CCTV 도입을 앞두고 간호계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PA 간호사를 활용한 불법의료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다만 조건 없이 항상 CCTV 촬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를 개정안에 담았다.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의료계 반발에 수술실 CCTV 촬영 거부 사유가 마련됐지만 명확하지 않은 기준 때문에 오히려 논란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촬영 거부 사유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환자 수술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 수술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진료질병군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수술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한 경우 등 6가지다.

일각에서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들을 만큼 예외 사유를 뒀지만, 의협과 병협은 일관되게 의료인의 기본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에서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응급환자 수술이나 수련 관련 부분 등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몇 가지 예외조항을 뒀지만 그 예외조항에도 회색지대는 있다”며 “CCTV 촬영 조항들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제도를 일단 시행하고 맞춰 가라는 건데 명확한 기준은 없고 의료기관 책임만 커지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A원장은 “혼란이 큰 상황에서 이대로 제도를 시행하면 의사들은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 환자와 의사 간 믿음은 더 나빠지고 수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장을 떠나려는 외과 의사들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수술하는 의사 부족으로 진료지원인력인 PA(Physician Assistant)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시행으로 PA로 인한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PA에 대한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척추·관절병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한숨밖에 안 나온다. 그나마 규모가 있는 병원들은 낫다. 100병상 이하 작은 규모 병원들은 CCTV 설치도 문제지만 그보다 인력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수술방 보조인력으로 PA 간호사가 많이 고용돼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데 인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모르겠다”고 말했다.

B원장은 “병원을 옥죄는 규제들이 많아지니 전문병원에서 의원으로 바꿔 운영하는 곳들도 나온다”며 “대리수술을 없애겠다는 의도는 좋다. 하지만 PA 역할이나 업무영역 등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은 일단 제도를 만들어 놓고 모든 책임을 병원들이 지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대리수술 등 불법수술을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필요하지만 전체 의료기관을 규제하는 방법은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술실 CCTV 철시와 관련해 ■설치와 촬영 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 벌금 ■촬영정보 누출 시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절차에 따르지 않은 임의 촬영 시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안전성 확보조치 하지 않아 영상 도난 등 사고 발생 시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C종합병원장은 “어느 정도 완화된 가이드라인이 나와 다행이다 싶지만 사실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대리수술 등을 하는 곳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대다수 의사들을 모두 믿지 못하겠다고 의심하는 것 아닌가. 불법수술을 한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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