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술실 CCTV, 돈 안 되고 감시 받으며 분쟁소지는 더 많은 수술을 누가하겠나”
- 25일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전격 시행... 환자·보호자 요청 시 촬영본 제공
- 이세라 외과의사회장 “미흡한 시스템과 잘못된 의료정책을 간과한 일차원적인 정책”
- “초저수가 등 먼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시스템을 구축해야”
이번달 25일부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전격 시행된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높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당혹스럽다는 의견이 높다. 특히 수술을 많이 시행하는 외과계 등 필수의료계는 가뜩이나 위태롭던 붕괴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는 반응이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27일 의사나라뉴스와 인터뷰에서 “우선 CCTV가 의료분쟁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상황까지 온 것에 의료인으로써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의료사고를 겪어 피해를 보신 모든 분들께 죄송스러운 감정”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법안의 속 뜻은 결국 의사에게 잘못을 하지 말라기보단 증거를 잡아 처벌하겠다는 의미와 더 큰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맹장수술의 의사행위료는 고작 7만 5000원 수준이다. 최근 사법부에서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수억 원의 판결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과연 3억 5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보상하기 위해선 몇 번의 맹장 수술을 해야 하는가”라며 “미흡한 시스템과 잘못된 의료정책 속, 사법부의 처벌 행태 속에서 보험사들까지 더욱 많은 보상금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료사고 분쟁에서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수술실에 CCTV를 도입하기 이전에 시대에 맞는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의료사고에 대한 보험을 강화해야 한다. 피해를 본 이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시스템과 의료현실을 간과하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수술실 CCTV의 필요성이 제시된 주요한 요인 중 하나였던 대리수술과 관련해서도 다른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CCTV를 통해 모든 수술시행 의료인을 감시하겠다는 것은 일차원적인 생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함이라면 수술실 앞에서 지문인식, 안면인식, CCTV 등으로 충분히 입출입자를 관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환자의 보호자나 대리인이 수술실에 참관해 이를 확인하거나 내부고발자제도를 더욱 강화해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며 “이런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증거를 잡아 보상을 받겠다는 속 뜻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애매모호하고 미비한 법안의 성급한 도입으로 추후 의료사고에 관한 법적 분쟁이 더 많아질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법안이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수술’이라고 명시한 탓에 응급실이나 내시경실에서 시행되는 수술이 애매모호하다. 예를 들어, 용종절제술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술실이 아닌 내시경실에서 실시하는데 이 경우 해당 내시경실도 CCTV 설치 대상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다”며 “복지부에 문의해도 제대로된 답변을 해주지 않아 추후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과정을 아무리 다 찍는다고 하더라도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바라보면 더 의심스럽게 볼 우려가 있다. 또 수술 행위가 명확히 보이지 않을 경우 더 많은 CCTV 설치를 해야할 수도 있다”며 “의료사고 특례법 등 의료인을 위한 보호장치는 현실의 벽에 막혀있는 가운데 이런 상황은 의료 분쟁의 소지가 더 많아져 더욱 소송의 위험에 의료인을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결정적으로 수술실 CCTV 설치로 인해 가뜩이나 붕괴의 위험 속에 위태로운 상황인 필수의료계에 치명타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차원적인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결국 법적 분쟁을 더욱 만들어 낼 수 있는 법안인데 그렇다면 의사들이 더 힘들고, 더 돈은 안 되며 감시받는 환경 속에서 분쟁소지까지 있는 수술을 누가 하려고 하겠느냐”며 “실제로 수술실 CCTV가 있는 곳에서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의대생이 응답자의 60%에 이르고, 이 제도가 유지될 경우 수술이 적거나 필요없는 곳으로 전공을 바꾸겠다는 의대생도 20%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부족한 필수의료 종사 의사수가 늘어난다면 찬성하겠다. 그러나 만약 내년 전공의 모집에서 필수의료과 모집인원이 더 적어지게 되면 5년~10년 후에는 지금보다도 더 수술할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인체 구조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의료사고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너무 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쌍커풀 수술은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지만 맹장수술을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보상을 하고 고의로 혹은 명백한 의료사고를 저지른 의사를 처벌하자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시스템이 먼저 갖춰지고 의료정책의 방향성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세계 최저가 수준의 수가로 수술을 시키는 요양기관강제지정제에 있다”며 “외과계 의사가 미용계 의사들과 비교해 더 보람있고, 경제적으로도 차별받지 않는다고 느끼게 해줘야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 스스로도 보다 더 진심어린 사죄와 자발적으로 최대한의 보상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의료계 CCTV 설치 법안 주요 내용
해당 법안의 시행으로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다면 수술장면을 촬영해 제공해야 한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수술실의 CCTV 설치와 운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수술실 CCTV 의무화는 지난 2021년 9월 24일 개정된 의료법에 따른 것으로, 수술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시행되는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전신마취나 의식하진정(수면마취) 등 환자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수술들이 CCTV 촬영 대상 수술이다.
수술실에는 네트워크 카메라가 아닌 CCTV 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며, 설치 시 고해상도(HD급) 이상의 성능을 보유해 사각지대 없이 수술실 내부를 전체적으로 비추면서도 수술 받는 환자와 수술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나타나게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설치된 CCTV를 통해 의료기관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수술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촬영을 원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는 의료기관의 장에게 촬영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의료기관장은 수술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의 방법으로 사전에 안내해야 하며 촬영을 요청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촬영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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