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돈이 없다’ 늘어난 국세청 비정기 세무조사에 병원들 ‘초비상’

- 역대급 세수펑크에 전보다 비정기 세무조사 크게 늘어... 최근 강남구 유명 안과 2곳도 세무조사
- “야간근무를 돌려 나온 매출을 통장에 모아놨다 세무조사 한 방에 5억 원 날아가”
- 국세청 관계자 “기업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소득 전문직들 상시적 검증”

일선 병원들이 급격히 늘어난 세무조사 위협에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최근 국세청이 이전보다 비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빈도가 잦아졌고, 특히 고소득 전문직을 중심으로 펼쳐지면서 조사강도도 강해졌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나라에 돈이 없으니 또 병원부터 턴다”는 볼멘소리가 자연스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23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유명 안과 2곳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주부터는 병원들이 제출한 신고 소득에 대해 특이사항이 있는 곳들을 추려 소명자료를 요청하는 등 날카로운 검증 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전해졌다.

이에 병원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 “정부가 세수가 부족할 때마다 개업 병원을 중심으로 세무조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고, 올해에는 ‘역대급 세수펑크’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더욱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개원의들은 최근 비정기 세무조사가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토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피부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주변 병원에 불시에 세무조사가 나오고 있어 ‘또 시작됐구나’했다”며 “정기 세무조사도 통상 병원 개업 이후 3년은 면제해주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그런 편의도 봐주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한 게시판에도 세무조사를 이미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라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의사는 “휴일없이 일하고, 야간근무를 돌려서 나온 매출을 통장에 모아뒀더니 한 방에 5억 원이 그냥 날아갔다”고 털어놨고, 다른 의사도 “국세청의 요청으로 내 금융 정보를 은행이 국세청에 제공했다고 들었다. 아직 빚이 2억 원도 넘게 남아있는데 세무조사로 얼마나 털리려나”는 푸념을 하기도 했다.

세무사들 역시 병원을 대상으로한 국세청의 갑작스러운 세무조사의 빈도가 많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병·의원을 전문으로 상대하는 한 세무사는 “정부가 바뀐 뒤 확실히 병원 상대 세무조사가 늘었다”며 “한번 세무조사를 나오면 추징액이 0원에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1000만 원 밑으로는 선방, 최대 30억 원까지 토해낸 병원도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세무사도 “최근 2~3년 내 세무조사를 받았다면 보통 한동안은 조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통념인데, 이제는 그런 분위기도 아니다”라며 “나라에 돈이 없긴 없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발견되는 ‘적출 소득’과 그에 따른 부과세액은 계속해서 증가추세에 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세무조사 현황에 따르면 각 지방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발견한 적출 소득은 2020년 1,051억 원에서 2022년 1,266억 원을 늘었다. 신고하지 않은 누락된 소득을 발견하면서 더 부과한 세금도 같은 기간 462억 원에서 626억 원으로 늘어났다.

다만 세무 당국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고, 세무조사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는 기업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체적인 세무조사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할 계획”이라면서 “고소득 전문직에 대해선 과거부터 상시적으로 점검 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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