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 정원 수요 조사, 많은 수정의견에도 다음 주까지 마무리

- 복지부, 다음 주까지 40개 의과대학이 제출한 의대 정원 수요 보고 자료 정리
-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장치 추계로 의대 증원 규모 조정 시사... 의학 투자도 함께 진행
- “현장 교육 여건 고려해 신중히 의대 증원 규모 조정할 것”

보건복지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기 위해 다음 주까지 현 40개 의과대학이 제출한 의대 정원 수요 보고를 최종 검토까지 마칠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는 저출산 등 사회 변화와 의학교육 인프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의사 수 증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가운데 복지부는 충분한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의학교육에 대한 지원을 통해 수용 가능한 의대 정원 규모를 신중하게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17일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 2층에서 개최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KAMC 연례미팅(Annual Meeting)’에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전병왕 실장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방향성을 설명했다.

전병왕 실장은 의료전달체계의 개편과 국립대 병원 복지부 소관 부처 이관과 더불어 정부가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전 실장은 “의사의 인기과 쏠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의사 수를 늘려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의사 수는 당장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짧게는 6년 길게는 10년이 지나야 배출되기 때문에 당장 해결해야 할 보상 문제와 법적 위험 부담 등에 대한 대책들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의료분쟁제도 개선협의체를 만들어 교통사고 특례법과 같은 형태로 대안을 만들고자 하고 있고, 속도를 내다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연초에는 그 안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 실장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했다. 현재 인프라가 얼마나 증원을 할 수 있을지 향후 인프라 개선이 이뤄진다면 얼마나 더 추가로 증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를 했다. 또 2025년도에는 어느정도 정원을 늘리고, 2030년까지는 어느 정도 의대 정원을 늘릴 것인지도 조사했다. 수요 조사 이후에 계속해서 수정 의견들이 들와서 아직 조사 내용을 완벽하게 다 집계하지는 못했고, 다음 주까지 제출한 수요 자료를 분석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의사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 필수의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의사인력이 확충되지 않고는 다른 전략 역시 달성되기 어렵다고 본다”며 “각 의대는 향후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어떻게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의과대학 학장들과 교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대한 우려사항을 제기했다.

모 수도권 의대 교수는 "미국은 1963년 보건의료인력지원 양성법을 통과시켜 의대 정원을 늘린 대신 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 우리나라도 의사 1인 양성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등록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학교육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면, 그에 대한 교육적 지원을 대폭 늘릴 용의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해당 교수는 "미국도 의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의사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공의 프로그램이 정부 지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의사를 늘리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기에 신중하다. 미국은 전공의를 수련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공의를 값싼 인력이라고 생각해 너도나도 받으려고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병왕 실장은 "국립대 의대는 정부가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투자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어떤 부분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며, 의대가 그런 역할을 해준다면 부실 교육에 대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의대 정원이 늘면 전공의가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공의를 번아웃 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다. 종합병원은 기본적으로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돼야 하고, 전공의는 수련 대상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부는 전공의가 의료 공백을 메우는 역할뿐 아니라 수련도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과대학 교수는 심각한 저출산 사회에서 의대 정원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전 실장은 "2025년에는 어쨌든 의대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 수요 조사를 했다. 다만 늘려야 할 의사 인력의 적정 규모는 장기적으로 추계하면서 조정을 해 가야 한다고 본다"며 "저출산, 고령화가 의료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3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 점검해서 그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고 보며, 정부는 지속해서 적정 의료인력 규모에 대해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의과대학 학장들은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가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된 데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제기했다.

한 의과대학 학장은 "국립대병원이 공공의료의 역할이 있음에도 그간 교육부 소관으로 남아 있던 이유 중 하나는 교육과 연구를 통해 국가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립대병원이 복지부로 이관되면 공공의료가 강화돼서 혹시 교육이나 연구에 관한 기능이 퇴화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실장은 "복지부와 교육부가 국립대병원과 충분한 소통을 거쳐 이관을 결정했다. 교육부에서 복지부 이관을 통해 교육과 임상 그리고 연구까지 확장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소관 부처가 바뀌었다고 해서 기존 교육부의 지원 내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부분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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