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건보공단 특사경법’ 심의 시작…의협 강력 반발

- 불법성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개설허가를 해온 허술한 법체계와 정부에 잘못 있어
-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아

7일 오전 국회 법사위가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관리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법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55건을 상정해 심의에 나서자 의료계는 강한 반발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관련 법안 폐기를 요구했으며 일부에서는 대선과 맞물린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명 ‘특사경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건보공단 직원에게 사무장병원 단속을 위한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의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공단 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의협은 “공단의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방문확인 등으로 인해 심지어 의료기관 원장이 자살했던 사안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는 어불성설”이라고도 했다.

의협은 “사무장병원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것은 공단에 조사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편법으로 불법 의료기관의 개설을 시도하는 신고나 허가 신청에 대해 그 불법성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개설허가를 해온 허술한 법체계와 정부에 그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공단에 일방적으로 의료기관을 단속하고 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대등해야 할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지 않아도 의료기관이 공단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가 공단직원에게 갑질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목숨을 끊는 등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경찰권까지 부여한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하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공단 특사경에게 강제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사실상 방문확인 등 임의절차도 심리적 압박으로 강제절차화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의협은 이어 공단 특사경보다는 전문가평가제 등을 통한 자율 규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사무장병원을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게 같은 지역 의사들인만큼 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에 의료계 스스로 이를 적발해 전문가평가제 등의 자율적인 규제를 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며 “의료기관 개설시 지역 의사단체에 신고를 의무화해 의료계가 검토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공단 특사경법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 이유가 대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장모가 사무장병원 개설 논란에 휩싸여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특사경법 신속 처리를 요구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전남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법안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결론을 내지 못했던 개정안”이라며 “야당 대선 후보의 장모가 사무장병원 개설 논란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여당 대선후보가 사무장병원 적발을 위한 특사경법을 이번 국회 내에 신속 처리해달라고 한 이후 정치적인 논리로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의사회는 “수사권한까지 추가된다면 초법적인 조사권한의 부여로 인해 공단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며 행정조사권과 수사권의 자의적, 편의적 운용 개연성도 있다”며 “현재도 공단의 조사권은 복지부 실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이를 통합하거나 철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기관과 대등한 지위에서 수가계약을 해야 할 당사자인 공단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상시 감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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