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 간호대생 등 해당 영상 댓글 통해 “의료인 사칭 멈춰라” 비판 이어져
- 간무협 “유권해석 통해 제작, 문제 없어... 포괄적 지시 하에 간호행위 가능” 반박
- 복지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에 따라 달라... 의원급, 병원급인지도 중요”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올린 홍보영상이 간호사와 간호대생 등 강한 지적을 받으며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영상에 간무사가 수술 보조, 투약 행위 등을 하는 모습이 포함되며 업무 행위 범위에 대한 비판이 있는 상황이다. 간호사들이 간호조무사가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홍보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간무협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정당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간무협은 지난달 30일 ‘당신을 위해 있고 당신의 건강을 잇는 우리는 간호조무사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8일 오전을 기준으로 7만 9000회를 넘겼고 댓글 2260여 개가 달렸다.
해당 영상은 간호조무사들이 병원에서 하는 업무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창구에서 외래를 접수해주거나 환자들의 활력징후를 확인하며 ‘의사 지도하에 진료를 보조한다’고 자막을 달았다. 또 입원실로 보이는 곳에서 환자에게 투약을 하며 ‘직접 간호를 한다’고도 달았다. 수술실에서는 의사에게 가운을 입히는 장면과 ‘수술실에서 어시스트를 한다’는 자막도 나온다.
해당 영상이 올라오자 일각에서는 영상에 간무사의 업무처럼 나오는 활력징후 확인, 투약, 수술실 어시스트 등은 간호사의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 영상으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업무 범위가 모호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간호사들은 댓글에서 ‘간무사는 의료인 사칭을 멈춰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간호사 행세를 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직접 간호가 아닌 간호를 보조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영상’, ‘간호사 역할을 하고 싶으면 간호학과에 진학하라’ 등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간무협은 해당 영상은 법령과 보건복지부 등 유권해석을 근거로 제작된 영상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간무협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간호사와 간호대생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은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도하에 업무를 하는 것이 잘못인 것처럼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해당 영상은 법령과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제작된 것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영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와 간호대생으로 추정되는 일부 누리꾼들은 제대로된 내용도 모르는 채로 ‘간호사 우월주의’, ‘카스트 신분과 같은 인식’ 등으로 간호조무사를 깔보고 멸시하고 있다”며 “동료라는 생각은 결핍된 채 간호조무사는 간호행위를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에 사로잡혀 있다. 비판을 하려면 제대로 된 내용 파악 후에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제80조의2에 따르면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와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
간무협이 공개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난 2017년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당시 복지부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와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때 간호사가 물리적으로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도와 진료 및 간호의 보조를 수행할 때 간호사가 물리적으로 바로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최소한 지도가 가능한 한 의료기관 내에만 공존하면 가능하며 간호사가 위임한 업무를 간호조무사가 수행할 수 있도록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역할 분담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간무협은 의사 지도하에 간호조무사가 수행 가능한 ‘진료보조’ 행위에 대한 복지부 유권해석도 공개했다. 해당 유권해석에서 간호조무사는 ▼진단보조행위(간단한 문진, 활력징후 측정, 혈당 측정·채혈 ▼주사행위(피하주사, 근육주사, 혈관주사 등) ▼수술보조행위(수술실에서 마취보조, 수술진행보조) ▼치료보조행위(병동 및 진료실 소독, 혈관로·소변로 확보, 관장, 깁스) ▼약무보조행위(입원실이 있는 의료기관에서 조제 보조, 투약 등)를 할 수 있다.
간무협은 해당 유권해석에 따라 요양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의 포괄적인 지시를 받아 근육주사(IM)·정맥주사(IV), 의사의 진료보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간무협은 “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반드시 간호사가 옆에 있어야 하거나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하는 업무를 곁에서 단순히 보조하는 업무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강조
이어 “또한 요양병원에서는 간호사 정원의 2/3까지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으며 요양병원 간호조무사는 간호과장·수간호사의 지시 하에 IM·IV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병원급 의료기관 외래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은 외래간호팀장인 간호사의 지시 하에 외래 진료과에서 의사의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해당 유권해석은 유효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간호정책과 임강섭 과장은 “지도·감독이라는 게 반드시 옆에 있어야 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대법원 판례상 간호사가 반드시 옆에서 일일이 지시해야 하는 업무도 있고 간호사가 포괄적으로 지시하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곁에 없어도 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또한 수술 보조나 마취 보조의 종류가 다양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때문에 (간호조무사가 수술 보조가 가능하다는) 표현을 쓰더라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다고도 할 수 없다. 간호사라고 해서 수술 보조 업무를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상에 대해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이라면 간호조무사가 다 할 수 있는 일들이다. 다만 병원인지 의원급 의료기관인지 구별해서 명확하게 해야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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