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 설명의무 위반 외 과실 모두 기각
- "의료진 당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 다 해"
- 환자 선택 단정해 자기 결정권 침해는 보상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하지 및 성대가 마비가 왔다면서 13억원 규모의 손해 배상을 청구 소송에 법원에서는 정신적 피해 보상만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최근에 환자가 병원 운영진을 상대로 소송한 손해 배상 청구에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선고를 하였다.
소송을 제기한 환자 A씨는 지난 2016년 11월 B병원에서 흉·복부 대동맥 치환술을 받았으나 하지 마비와 횡격막 신경 손상(마비)로 판정됐다. 이에 A씨는 B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위반해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면서 소송을 제기하고 손해 배상금 총 13억930만6,378원과 지연 이자 지급을 요구했다.
A씨는 "의료진이 요추배액관 삽입에 실패하고도 수술을 계속했고 신경학적 감시 조치를 소홀히 해 하지마비를 예방하지 못했다"며 "여기에 수술 중 성대 횡격막 마비가 발생했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아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고 했다.
의료진이 설명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수술 전 요추배액관 삽입 과정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수술을 취소한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그대로 진행했다면서 자기 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성대 마비나 횡격막 신경 손상 합병증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B병원 의료진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받았으나 경찰은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환자 측이 주장한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의료진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하는 의료 행위 수준을 따랐다"고 봤다.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다고 판단한다"는 감정 기록도 받아들였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없는 점도 참했다.
B병원 의료진이 요추배액술 과정에서 출혈이 생기자 배액관을 거치지 않고 수술을 그대로 진행했으나 "의료진이 요추배액술 시행 실패 시 수술을 중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거나 의료 과실이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요추배액술이 권장되더라도 하지 마비 등 신경학적 합병증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요추배액술이 흉·복부 대동맥 수술의 절대적 시행 조건도 아니다"라며 "당시 상황도 요추배액술을 하지 않아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보다 수술을 중단해 대동맥이 파열될 가능성이 더 컸다"고 했다.
재판부는 "하지 마비를 예방하기 위한 처치라고 해서 이를 100%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주치의가 예방 처치의 효과와 부작용, 환자 상태를 고려해 적당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재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하는 의료 행위 수준에 따른 치료"라고 했다.
환자 A씨는 흉·복부 대동맥 치환술 위험도가 가장 높은 유형이고 "이 경우 숙련된 의사가 수술해도 하지 마비 발생 가능성이 5% 이상이다. 만약 의료진이 요추배액관 삽입에 성공했더라도 하지 마비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의료진 과실로 성대 횡격막 마비를 얻었다는 주장에 대해서 "원위부 대동맥궁과 하행 대동맥근부 수술에서 반회후두신경 손상을 피하기는 어렵다" 주의의무 위반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수술 후 성대 마비 치료가 늦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술 부위에 위치한 신경 주행 손상 예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며 "수술 자체에 내재된 신경 손상 가능성과 의료진이 취한 조치들을 고려하면 수술 전 A씨가 성대 횡격막 마비 증상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막연히 병원 의료진이 술기 상 잘못으로 관련 신경을 손상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은 하지 마비 관련만 인정했다. 의료진이 "수술동의서에 'lumbar drain 삽입 시 출혈→op 취소'라 기재해 요추배액술이 실패하면 수술을 취소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실제 상황에서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추가적인 설명 없이 수술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병원 측은 "수술을 중단하면 대동맥 파열로 사망할 위험이 크고 의료진은 '수술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 더해 "의료진이 올바른 설명을 했더라도 요추배액술 실패했을 때 A씨 역시 수술을 취소하기보다는 진행하자고 동의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자필로 해당 내용을 명백하게 기재했다. 수술 취소 가능성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환자 A씨에게 취소 여부 판단 기준이나 수술을 계속 진행할 경우 조치나 위험성까지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수술을 중단하면 대동맥 파열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A씨가 수술을 그대로 진행해서 발생하는 후유증이나 부작용까지 고려해 대처할 선택의 가능성을 배제해 환자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수술을 계속 진행한 의료진 판단은 의료상 과실이 아니고 설명의 위반과 하지 마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병원 운영 측은 환자가 자기 결정권을 침해받아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병원 운영 측이 환자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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