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학병원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간호사 채용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적으로 상·하반기로 나뉘어 진행되는 간호사 모집은 상반기인 5월 중순부터 주요 대학병원이 채용 공고를 내고, 하반기에는 일부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채용을 시작한다. 그러나 6월을 앞둔 시점에도 중앙대광명병원을 제외한 주요 대학병원의 신규 간호사 채용 공고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빅5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해 5월 12일부터 2024년 신입 간호사 채용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채용 공고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이외의 다른 병원들도 지난해 5월 말부터 채용을 시작했으나, 올해는 채용 공고가 나오지 않아 간호대학 졸업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취업을 준비하는 간호대학 4학년생 A씨는 "원래 5월 중순부터 병원들이 채용 공고를 쏟아내는데 올해는 한 군데만 떴다"며 "이러다 상급종합병원이 채용 공고를 내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일단 닥치는 대로 다 넣어볼 것"이라며 "간호학과가 ‘취업이 잘 된다’는 인식이 있어 가족 등 주변의 기대치가 큰데 취업을 못 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빨리 의사들이 돌아와 사태가 해결되고 취업난이 완화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간호사 커뮤니티에서도 취업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호대생 B씨는 "이번 취업시장은 정말 예상이 가지 않는다. 빅5 병원 채용 공고가 뜰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간호대생 C씨는 "왜 하필 올해 의료대란이 발생한 것인가. 뛰쳐나간 전공의가 원망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간호대 교수들은 현 의료대란 사태로 대형병원들이 채용에 나설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한대 간호학과 김현숙 교수는 "이제 막 채용 시즌이 시작된 만큼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병원도 의료대란 상황에서 사람을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취준생들은 내년에 입사하기에 아직 여유가 있지만, 지난해 대학병원에 취업한 졸업생들도 대부분 입사 대기 중이다. 사태가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자대병원이 있는 대학 간호학과 D 교수는 "학생들과 면담했는데 다들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당장 취업을 앞둔 4학년생뿐 아니라 3학년생들도 (의정 갈등) 여파가 내년까지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며 "동시면접제로 한 군데에만 지원할 수 있는데 이번 의료대란까지 겹쳐 대학병원에 지원할 기회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 근무를 생각하고 준·종합병원 입사를 고려하지 않던 학생들도 많았다. 하지만 대학병원 채용 공고가 뜨지 않으면 어디라도 일단 취업하겠다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사태가 해결돼서 하반기에 공고가 뜰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 사태를 계기로 진료지원인력(PA) 간호사가 법제화될 경우 병원들이 향후 간호사 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권 대학교의 간호학과 E 교수는 "현재 의료대란을 계기로 PA 간호사가 제도화될 경우 오히려 간호사 채용이 늘어날 수 있다. 간호사가 의사보다 인건비가 낮은 만큼 병원에서도 간호사 채용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아직 PA가 법제화된 것은 아닌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며 간호법도 통과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간호사 채용 시장도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간호대학 졸업생들은 채용 공고 지연과 불확실한 취업 시장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교수들 또한 채용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PA 간호사의 법제화와 간호법 통과가 간호사 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