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여파로 대학병원 경영난 심화…무급휴가 확대
의사 인력 유출로 수술 일정 차질…병원 경영 악순환 우려
대학병원들, 정부의 특단 대책 촉구…선지급 지원만으로는 역부족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대학병원들은 '역대급 경영난'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병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급 휴가 기간을 늘리고 있으나, 이 같은 조치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대학병원에서 종합병원급 중소병원으로 의사 인력이 유출되면서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 사직 이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대학병원들은 병동을 통합·폐쇄하고, 간호사 포함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등 다양한 경영난 극복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3월 일반직 대상으로 안식휴가(무급휴가)를 한시 확대 운영한다고 안내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무급휴가 부여일수를 기존 20일에서 40일로 확대했다. 기존 무급휴가 대상은 세브란스·강남세브란스·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근속 연수가 1년 이상인 간호사 포함 일반직이었으나, 이번 조치로 근속연수 제한도 없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무급휴가 추가일수 확대에 대해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경영난 극복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연세의료원 금기창 원장은 지난 3월 15일 경영서신을 통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세브란스병원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도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지난달 중순까지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500억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1,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상태다.
의료기관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급휴가를 늘리고 있지만, 기약 없는 의료대란 사태에 병원장들은 한계를 느끼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A원장은 “정상 가동할 때도 인건비 비중이 높아 겨우 수지를 맞추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병상가동률이 40% 하락했고 외래환자는 60% 감소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의 사직 이후 대학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의사 인력 유출’이다.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들이 중소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대학병원들은 수술 일정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B장은 “의료대란이라며 정부가 종합병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종합병원들이 잘 되니 마취과나 응급의학과 등 임상교수들이 종합병원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대학병원 대부분이 마취과 의사를 못 구해 난리”라고 말했다.
B장은 “마취과 의사들이 없으니 수술을 못한다. 이는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라며 “법원 판결로 전공의들은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다. 지금은 전임의라도 있지만 전문의 배출이 안 되는 내년이 더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대학병원들은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간 건강보험 급여비 선지급 지원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학병원들은 “미리 당겨쓰는 빚일 뿐”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한승범 회장(고려대안암병원장)은 “보건복지부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의 지원금을 국가 재정에서 풀어 달라고 이야기했지만 쉽지 않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선지급은 안 하는 것보다 낫지만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서 대금 지불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이대로는 제약사나 도매상, 의료기기상들이 먼저 도산할 것 같은 분위기”라며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상급종합병원 존폐가 달린 상황에서 정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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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