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에게 늘 미안하고 걱정스럽다. 하지만 병원 복귀는 어렵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없이는 의대 증원 무의미"
전공의들, 정부의 처우 개선안에 회의적 반응
사직 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공의들, 복귀 의사 없어

서울아산병원의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이 병원 복귀를 거부하며 정부의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전공의 처우 개선의 실효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 이들은 "정부가 사직서를 수리해 줬으면 좋겠다"며 복귀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27일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의료 환경과 전공의 처우 개선안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바로잡지 못하면 의대 증원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내과 전공의는 "의료전달체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의대 증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지역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 가능한 환자들이 ‘빅5’ 병원으로 몰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제시한 '처우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산부인과 전공의는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줄여준다고 하는데, 나머지 20시간은 누가 채울지 의문"이라며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지도 전문의는 어디서 구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외과 전공의는 "수련이 힘들어서 그만둘 생각이었다면 이미 지난해 나왔을 것이다. 정부가 현실을 모르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의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한다는 등의 발언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직과 동시에 급여가 끊기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공의들도 많다는 현실을 전했다. 외과 전공의는 "오늘도 새벽 3시까지 맥주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다"며 "힘들지만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동료들의 눈치 때문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의료를 다시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 복귀를 원하는 마음이 없다는 점은 전공의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견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들은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 없이는 어떤 처우 개선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가 의료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과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전공의들은 환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하면서도, 현재의 의료 환경에서는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목소리는 앞으로의 의료 정책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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