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병원' 추진하는 정부…의료 현장 "현실성 부족"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 장기화
인력과 재정 문제로 전문의 채용 어려움 직면
병원 현장, 급작스러운 전환에 회의적 시각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심화된 의사와 정부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병원들은 전문의를 채용할 재정적 여유도 없고, 전공의를 대신할 수 있는 충분한 전문의 인력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서울의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곽재건 부위원장(소아흉부외과)은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공의 근로여건과 교육여건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전문의 중심 병원은 결국 가야 할 길이지만, 현재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를 실현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라고 지적했다.

곽재건 부위원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과의 TO(정원)를 늘려주겠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하지만 그런 과에 많은 지원자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지원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소아흉부외과에는 최근 5년 만에 펠로우 2명이 들어왔다"며 심각한 인력난을 설명했다.

곽 부위원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든다고 해도 실제 인력이 없어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비용적인 문제도 크다"라고 말했다. 지방 대학병원들은 외부에서 초빙하는 촉탁직 급여가 더 높은 경우가 많아, 봉직의보다 계약직으로 일하는 의사들이 늘어날 텐데, 이들의 급여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곽 부위원장은 "당장 급작스럽게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현실성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방향이 맞는 길이긴 하지만 여러 조건이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료개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8일 열린 의료개혁특위 내 전달체계·지역의료 전문위원회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전공의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이러한 전환을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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