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교수들,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 요구하며 집단행동
서울대·연세대 의대 비대위, 전면 휴진에서 무기한 휴진으로 강경 대응
정부의 대응 촉구, 의료계 긴장 속 휴진 돌입 예정
정부가 예견했던 "침묵하는 다수 의사는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크게 빗나갔다. 대학병원을 지키던 의대 교수들마저 오는 6월 18일 의료계 전면 휴진에 동참하고, 무기한 휴진까지 예고하며 정부에 최후 통첩을 날렸다.
교수들은 휴진 철회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의 완전한 취소를 요구하며, 정부는 이틀간 침묵을 유지하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40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모두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가 지난 12일 저녁 긴급총회를 열고 이달 18일 대한의사협회가 주도하는 전면 휴진 및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자정께 보도자료를 내고 "현 사태의 책임은 의료현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막고,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위해 의료전문가와 교육자로서 고심 끝에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이 그간 교수들의 사직이나 휴진 등 항의의 의미로 진료를 멈추는 것에 거리를 뒀던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의교협은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 응급 및 중증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병원장들에게는 "현 사태 해결을 위한 결정임을 이해해달라. 환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진료 조정에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외래진료 축소, 휴진 등은 각 대학 및 교수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강제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미 다수 대학은 자체적으로 18일 휴진과 그를 전후한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먼저 지난 6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의협 주도의 전면 휴진 하루 전인 이달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휴진 행렬의 불을 지폈다.
서울의대 비대위가 나흘간 소속 교수 147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 750명 중 68.4%가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를 제외한 전체 휴진'에 찬성했다.
이어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연세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이달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연세의대 비대위도 앞서 3일간 소속 교수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응답자 중 72.2%가 '무기한 휴진 입장을 취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데 동의했다.
이 밖의 의대들도 추가적인 휴진에 대해 논의 중인 가운데, 우선 18일 휴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6월 18일 예정된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 양일간 실시한 조사에서는 무려 93.7%가 18일 휴진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이후 휴진에 대한 설문도 진행했으나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무기한 휴진 등 추가 대응 여부는 추후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 교수들로 이뤄진 가톨릭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전체 구성원 중 60%가 넘게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6월 18일 휴진에 동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무기한 휴진 등의 추가행동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 이달 27일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 논의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고려의대 비대위도 18일 전면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며 "90% 이상의 교수들이 향후 의협 주도하에 단일대오로 의료사태 대응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20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의비)는 일찍이 지난 7일 열린 14차 총회에서 "의협, 대한의학회, 전의교협과 뜻을 함께 한다. 의협의 투표 결과에 따를 것"이라며 18일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교수들의 공통적인 휴진 이유는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이다. 정부가 지난 4일 각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과 전공의에 내린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 명령을 철회하기로 했으나,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고 복귀한 전공의들 역시 다시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중단했던 행정처분을 재개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의대 비대위는 지난 6일 무기한 휴진을 결정하며 "전공의들이 사직의 뜻을 밝혔지만 정부로부터 자기결정권을 무시당했으며, 기존 직장 업무를 지속할 것을 명령받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대부분의 전공의는 '현행법 위반'에 대한 처벌로 '3개월 면허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통지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4일 전공의 관련 각종 명령을 철회한 것에 대해서도 "직업 선택 자유라는 인간 기본권을 박탈하는 처사인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이 여전히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직 의사를 밝힌 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부과하는 것은 노동의 강제"라며 "자유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언제부터 직업 선택 자유가 없어지고 정부가 강제노동을 명령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나"라고 반문했다.
가톨릭의대 비대위도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잘못된 행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의사들의 요구에 해괴한 '철회'라는 방침으로 여전히 전공의들이 범법자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 발언과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들은 오히려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없애고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가 가고 있음을 자각하길 바란다"며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각종 행정명령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번 주 내로 전공의 행정처분에 대한 입장을 바꿔 극적으로 휴진을 막아낼지, 아니면 교수들의 휴진에 따른 추가적인 명령을 내리면서 상황이 극단으로 치 다를지를 두고 의료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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