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감축 원인 놓고 정부-의협, 과거 자료 공개하며 '진실공방'

"의협 '의약분업과 무관한 감축' vs 복지부 '분업 후속 조치' 맞서"
2000년 의협 대의원회 결의문·보도자료 쟁점...해석 차이 부각
현 정부 의대 증원 정책 정당성 놓고 '과거 들춰내기' 양상

최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사이에 2000년 의약분업 이후 감원된 의대 정원 351명을 둘러싼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2000년대 의대 정원 감원과 의약분업 간의 관련성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입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협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0년 의대 정원 감축은 의약분업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보건복지부 장·차관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 400명 증원 추진의 근거로 의약분업 때 감원된 351명과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50명을 언급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의협은 이를 "완전한 거짓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의협의 주장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의대 정원 351명 감축은 1990년대부터 정부, 국책연구소, 학계가 공통으로 제기한 우려에 기반한 것이다. 당시 의사 수 과잉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이에 따라 정부 주도로 의대 정원 감원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약분업 사태 때 '의사 달래기'용으로 의대 정원을 감축했다는 윤석열 정부 주장은 의사들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기 위해 만든 거짓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의협의 이러한 주장에 즉각적으로 반박했다. 복지부는 28일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협의 보도자료와 대의원회 결의문을 공개하며 의협의 주장을 반박했다.


▲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결의문(왼쪽)과 보도자료.

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2000년 4월 22일 결의문을 통해 "의사 인력 배출 동결 및 감축 조정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더욱이 의약분업 사태 이후인 2003년 8월 14일,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10% 감축에서 만족하지 말고 우수한 의사인력 양성을 위해 30% 감축 방안을 단계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복지부는 "2000년대 의대 정원 351명 감축이 의약분업 합의 후속으로 추진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는 당시 의협의 결의문과 보도자료 등에서 이 사실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복지부는 "정부는 명백히 확인되는 사실을 거짓말이라고 주장해 국민에게 혼란을 끼치고 정부의 정당한 의대 증원 정책을 근거 없이 호도하는 의협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과거 의대 정원 감축의 배경과 의도에 대한 해석 차이가 현재의 정책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를 넘어, 의료 정책의 방향성과 의사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의료 서비스의 질적, 양적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이를 의료의 질 저하와 의사들의 처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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