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실화' 되는 아동병원들...상급병원 기능 약화에 부담 가중

아동병원협회 "준중증 이상 환자 이송 급증...응급검사 재량권 확대 필요"
전공의 부족에 중증 소아환자 진료 어려워져...지역 완결적 치료 비율 50% 그쳐
"CT 등 장비 투자 지원 시급...보건복지부 내 소아청소년 의료과 신설 촉구"

대한아동병원협회는 30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아동병원의 소아 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재 아동병원이 직면한 '소아응급실화' 문제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의 소아 의료체계 붕괴가 아동병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동병원협회가 회원병원 11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심각한 상황이 드러났다. 설문에 참여한 50곳 중 10곳이 지난 한 달간 준중증 이상 환자 이송 건수가 6~10건에 달한다고 응답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구급차로 내원한 중증 위급환자를 다시 상급병원으로 전원 이송하기 매우 어렵다고 답한 아동병원이 72%에 달했다는 것이다.

중증 위급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전원하기 위해 연락해 본 병원 수에 대한 질문에는 5건 이하가 90%로 가장 많았다. 이는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이 매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지역 내 완결적 치료가 어려워 진료권역을 벗어나 전원된 비율이 50%에 달했으며, 지난 한 달간 진료권역을 벗어난 비율은 5건 이하가 40%, 6~10건이 2%, 20건이 2%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 사례를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최근 4개월 된 유아가 항문 주위 고름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아동병원에서 수술을 받게 된 사례가 있었다. 이 경우, 수술할 외과의사는 있었지만 수술 후 배후진료를 해줄 소아과 의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아동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소아응급환자 치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아동병원에서 시행하는 응급검사 재량권을 응급실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K-TAS 3~5 레벨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아동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며, 더 심각한 상황의 환자들을 원거리 전원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홍준 부회장은 아동병원이 현재 소아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는 "중증 응급환자가 오면 외래는 물론 모든 의료진이 올 스톱이다. 그 환자를 살려내야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한 의료진의 피로와 심리적 압박감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첫째, 초저수가로 인한 아동병원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CT 등 진단과 치료 장비 투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했다. 둘째, 입원전담전문의 등 인적자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셋째, 아동병원에서 시행하는 응급검사 재량권을 응급실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최용재 회장은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는 소아의료시스템 붕괴로 발생된 만큼 소아 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내 소아청소년 의료과를 신설해 향후 심각해질 소아 진료 내실을 기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아동병원이 직면한 '소아응급실화' 문제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었다. 이는 단순히 아동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소아 의료체계의 위기를 나타내는 것으로,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사회 전반의 관심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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