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든 걸 걸고 나왔다...침묵 말고 함께 투쟁해 주길"
"복귀 시기 미정...장기전 각오, 의대 증원 백지화가 핵심 요구"
"처우 개선보다 의료 환경 변화 절실...현장 목소리 반영된 정책 필요"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이 제22차 서울시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서 전공의들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상세히 밝혔다. 이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에 대한 전공의들의 시각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위원장은 먼저 선배 의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걸 걸고 나왔다. 우리를 지켜주기보다는 함께 싸워주는 게 더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선배 의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그는 선배 의사들의 침묵을 경계하며, 어떤 형태로든 투쟁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우리가 앞에 나가서 싸우고 그 옆 반 발짝 뒤에 있어도 상관없지만 옆에 서 있어만 줬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은 전공의들의 절박한 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투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1년 뒤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돌아갈 지 기약 없는 상황"이라며, 이 사태가 빨리 해결되는 것보다는 잘 해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공의들이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특히 보건복지부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2020년 9월 4일 체결된 의·정 합의문에서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자 이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이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전공의 수련체계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한 위원장은 서울아산병원과의 계약서를 예로 들며,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이상, 36시간 연속 근무를 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는 현실을 공개했다. 이는 전공의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과도한 책임만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위원장은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전공의들의 주된 요구사항이 단순한 처우 개선이 아님을 강조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백지화, 그리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방안 마련이 전공의들의 주요 요구사항이라고 밝혔다.
특히 의료 환경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하며, "필수의료 분야에서 과도한 배상과 의료진에 대한 보호가 없으니 젊은 의사들은 본인을 보호할 수 없는 의료 환경에 몸을 맡기기 무서워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의료계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이 단순한 처우 개선을 넘어서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한 위원장은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를 가장 잘 들여다보고 있는 건 족쇄가 채워져서 의료와 멀리 떨어지지도 못하고 자세히 바라보는 우리 의사들이지, 멀리 떨어져 팔짱 끼고 위협적인 태도로 대하는 정부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현재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전공의들의 불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번 발언을 통해 전공의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처우 개선만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의료 정책 결정 과정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음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계 갈등이 단순한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어서는 복잡한 문제임을 보여주며, 향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간의 깊이 있는 대화와 상호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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