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문성 강화 위해 장관 지정 위원 확대"... 의료계 "전공의 의견 무시" 반발
전공의협회 "수평위 전공의 비율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독립성 확보 요구
의사협회 "복지부 언행불일치 규탄"... 전공의법 시행 취지에 맞는 개선책 촉구
정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구성 변경을 추진하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수평위 구성 변경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13명으로 구성된 수평위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문가 위원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내용의 전공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전공의법에 따라 전공의의 권익 보호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기구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추천 위원과 장관 지정 전문가, 보건복지부,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표 등 총 1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수평위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발표 직후 의료계, 특히 전공의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대위원장은 SNS를 통해 정부의 계획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수평위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13명의 위원 중 9명이 수련병원 원장과 교수로 구성되어 있어 전공의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5월 전공의 위원을 1~2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번에는 장관 지정 전문가 위원을 늘리겠다고 한 것에 대해 "기망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수평위가 정부와 병원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되어야 하며, 전공의 추천 위원의 비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계획을 비난했다. 의협은 "전공의 위원을 확대하려면 대한전공의협의회 추천 위원을 늘려야 하는 것이 응당 이치에 맞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복지부는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의료계를 우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의 행태를 "황당하다"고 표현하며, 복지부의 언행불일치를 강력히 규탄했다. 또한, 수평위가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구가 될 수 있도록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전공의 처우 개선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공의들은 그동안 과도한 근무 시간, 열악한 수련 환경, 폭력과 성희롱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의 수평위 구조로는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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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