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전공의 교육에 연 10조원 투자하는 미국 본받아야"

미국·영국 사례 들며 연간 수조원 정부 지원 필요성 강조
지도전문의 보상 확대, 독립적 수련관리기구 설립 등 개선안 제시
수련병원 격차 해소, 교육 질 향상 위한 종합적 시스템 개선 촉구

26일 열린 '대한민국 의료사활을 건 제1차 전국의사 대토론회'에서는 현행 전공의 수련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대한 항의로 진료를 중단하고 한국 의료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는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어 정부의 전공의 수련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 정부는 전공의 수련교육에 연간 3~4조원을 직접 지원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지도전문의 인건비와 전공의 급여, 수당 등이 포함된다. 민간 보험사의 7조원 지원까지 합하면 연간 총 10조원이 전공의 수련에 투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경우도 정부가 매년 2~3조원의 예산을 전공의 수련에 지원하고 있다고 박 이사는 밝혔다. 이를 근거로 그는 한국 정부도 전공의 급여와 교육훈련비, 지도전문의 교육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지도전문의' 보상 확대 방안도 제안되었다. 박 이사는 미국과 영국의 '책임지도 전문의' 제도를 예로 들며, 한국에서도 지도전문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책임지도 전문의가 업무의 30~40%를 전공의 교육과 평가에 투자하며, 정부가 이에 대한 비용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수련환경의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박 이사는 현재 수련환경이 환자 안전 측면에서 취약하고, 인턴의 체계적인 수련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모두 갖춘 인턴 수련병원이 전체 수련병원 중 68%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수련병원 간 격차 해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를 위해 수련병원의 운영과 평가를 담당할 독립적인 기관의 설립이 제안되었다. 박 이사는 수련 프로그램의 질 향상을 위해 교육 내용, 교육자, 운영 및 관리 주체, 지원 시스템 등이 종합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봉근 수련교육부장은 전공의 배치와 교육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별도의 독립된 위원회나 기구가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단순히 편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공의들이 더 열심히 일하고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들은 현재 한국의 의료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 독립적인 관리 기구 설립, 지도전문의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제안들이 향후 의료 정책 수립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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