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전공의 95% 사직... "미래 심장·폐암 환자 치료 위기"

전국 수련병원 조사 결과, 107명 중 95명 사직... 지역별 전공의 '0명' 속출
"연간 1만건 심장·폐암 수술 누가 하나"... 학회 "9·11 사태 같은 위기" 경고
2026년부터 교수 은퇴 러시에 신규 전문의 1명... "국가가 수련 책임져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가 28일 발표한 전국 수련병원 대상 전공의 사직 현황 조사 결과, 흉부외과 의료 현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07명이었던 흉부외과 전공의 중 95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으며, 현재 수련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는 단 12명에 불과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75명의 전공의가 이미 사직 처리되었고, 20명은 사직이 보류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연차별 감소 추세다. 4년 차 전공의는 24명에서 6명으로, 3년 차는 17명에서 1명으로, 2년 차는 38명에서 3명으로, 1년 차는 28명에서 2명으로 급감했다.

지역별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원, 충북, 제주에 이어 전북 지역도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서울 지역의 경우 62명에서 2명으로, 경기·인천 지역은 17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부산·울산·경남(8→1명)과 대구·경북(10→2명) 지역도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심장 및 폐암 수술 등 중요한 의료 서비스 제공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는 "연간 1만 건이 넘는 심장·폐암 수술을 12명의 전공의로는 완수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더욱이 2026년부터는 매년 50명 이상의 교수들이 은퇴할 예정이어서 전문의 수급에도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54명, 2027년 56명, 2028년 53명, 2029년 59명의 교수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반면, 현 상황에서 2026년에 배출될 수 있는 신규 흉부외과 전문의는 단 1명에 불과하다.

학회는 이 상황을 "9·11 사태와 같은 긴급한 위기 상황"으로 비유하며,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와 국회에 미복귀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한 초단기 및 중장기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아직 정부 정책이나 관련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학회가 제안한 대책 중에는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필수의료과 전공의 수련을 국가가 책임지고, 전문의 자격 취득 후 권역심혈관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대체 복무하는 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필수의료과 미복귀 전공의 실태조사와 고위험 수술 수가 가산 제도화 등 수가 정책 개선도 요구했다.

흉부외과학회 정의석 기획홍보위원장은 "사직한 뒤 생계유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의료봉사를 가서 심장 수술을 도와준 전공의도 있다"며 전공의들의 열정과 현재 상황의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정부나 국회가 필수의료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 분야를 전공할 의사들을 어떻게 돌아오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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