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교수진 '고갈 위기'... "떠나는 차만 있고 오는 차는 없어"

상반기 국립대병원 223명 사직... 지난해 전체의 80% 육박
지역병원 "수도권 스카우트에 젊은 의사들 잡지 못해" 한숨
전문가들 "전공의 없는 상황서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 현실적 어려움" 지적

의료계 파업 사태가 6개월째 지속되면서 대학병원 교수들의 대량 이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14개 국립대병원에서 223명의 교수가 사직했다.



특히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창원경상국립대병원은 이미 지난해 전체 사직자 수를 넘어섰으며,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수십 명의 교수가 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지역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교수들이 나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충원이 안 된다는 점"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 현재 재직 중인 교수들도 겨우 채용한 상태인데 이들마저 떠나고 있어 향후 전문의 배출과 인력 충원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평소에는 잘 사직하지 않는 겸직 교수나 기금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배장환 전 충북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병원을 떠났고, 강원대병원에서는 강원의대 1기로 후배 의사들의 귀감이 되던 교수마저 사직하며 교수 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 수도권 병원들이 공석을 메우기 위해 지역 병원 교수들을 스카우트하면서 인력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 교수는 "모교에서 교수직을 제안하면 영광으로 생각하고 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젊은 의사들은 붙잡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산 지역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활발히 활동하던 의사들이 나가고 인력 보완이 안 되면서 병원 진료에도 타격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공의도 없는 데다 업무도 많아 외부의 전문의들이 굳이 대학병원으로 돌아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6%가 '전공의가 사직하고 학생들이 휴학하거나 유급될 시 사직 의향이 있다'고 답해, 앞으로 더 많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인력 중심 구조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전공의 의존도를 20% 이하로 줄이고,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는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담당하도록 바꿔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교수는 "PA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를 늘린다고 해도 결국 의사가 해야만 하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다"며 "결국 전문의들이 기존 인턴들의 업무까지 해야 한다는 건데, 지금 상태에서 업무가 더욱 가중되면 교수 충원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들을 일반의 형태로 채용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들이 일반의로 계속 병원에 남지 않을 것"이며 "한동안 근무하다가 개원을 하든 해외를 가든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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