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위기… 마취과 의사들의 '조용한 탈출'

5년간 병원급 근무 비중 3.59%p 감소... 의원급은 455명 증가
"과도한 당직·고위험 수술·소송 위험" 개원 선택... 의대 증원 사태도 영향
마취학회장 "사태 장기화시 대학병원 수술실도 붕괴 우려" 경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이 병원 수술실을 떠나 개원가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과도한 당직, 고위험 수술, 소송 위험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의 의대 증원 사태 역시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과목별 전문의 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2분기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상급종합병원을 포함한 병원급 의료기관 소속 마취과 전문의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의원급 의료기관 소속 마취과 전문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취과 전문의 전체 수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2분기 4,662명이었던 마취과 전문의 수는 2024년 2분기 5,248명으로 586명(12.5%) 증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적인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 사이의 분포 변화가 주목된다.

2020년 2분기에는 전체 마취과 전문의의 54.5%(2,542명)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했다. 그 중 종합병원이 20.8%(971명)로 가장 많았고, 병원 17.6%(819명), 상급종합병원 16.1%(752명) 순이었다. 나머지 45.5%(2,120명)는 의원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2024년 2분기에 이르러 이러한 분포는 크게 변화했다. 전체 마취과 전문의 5,248명 중 49.1%(2,575명)가 의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반면,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분포 비중은 50.9%(2,673명)로 2020년 2분기 대비 3.59%p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마취과 전문의 수의 변화다. 종합병원 근무 마취과 전문의는 1,062명으로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로 소폭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 소속 마취과 전문의는 2020년 752명에서 2024년 806명으로 54명 증가하는데 그쳐, 전체 비중은 15.4%로 줄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곳은 병원급으로, 819명에서 805명(15.3%)으로 감소했다. 전체 마취과 전문의 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자가 감소한 유일한 의료기관 유형이 병원급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연준흠 회장은 현재 상황이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많은 마취과 전문의들이 수술실을 떠나려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교육 기능 상실과 사태의 장기화가 이러한 고민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연 회장은 30대 후반부터 40대 초중반의 교수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력의 중요한 시기에 있으나, 현 상황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 두 명의 이탈이 전체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쉽게 병원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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