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이용 경험 없는 집단, 부정적 인식 1.63배 높아
시설·장비 불만족이 부정적 평가 주요인... 노후 의료기기 39.6%
연구팀 "경험 기회 확대와 시설 개선으로 인식 제고 필요"
공공병원의 경영 위기와 부정적 인식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팀의 실태조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 조사는 공공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과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충북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충북대 연구팀은 '보건행정학회지' 최신호를 통해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도민 1916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공공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병원 비중은 전체 의료기관의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보험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44.7%), 독일(25.5%), 일본(18.3%)은 물론이고 민간의료 시장이 발달한 미국(23.0%)보다도 낮은 비율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보건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은 개선되었지만,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공공병원의 낮은 이용률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경영 악화와 의료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공공병원 이용 경험이 없는 집단이 경험이 있는 집단보다 공공병원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1.63배 높다는 것이다. 조사 참여자들은 "공공병원은 너저분하다", "민간병원이 있는데 별로 필요하지 않다", "안되면 문(門) 닫는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공공의료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공공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이용 경험이 없는 이들은 공공병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기회가 제한적이므로 부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공공병원의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병원 서비스와 혜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올바른 공공의료 정보를 전달하여 심리적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수록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병원 진료에 대한 불만족도 역시 부정적 인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시설과 장비에 대한 불만족이 공공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장비에 불만족한 경우 공공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3.74배 높았으며, 진료수준에 불만족한 경우는 2.71배, 진료과목 및 서비스에 불만족한 경우 1.91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국민이 공공병원을 이용할 때 시설‧장비가 공공병원 이용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간접적 증거"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전국 34개 지방의료원의 전체 의료기기 4만5799개 중 내구연수를 넘긴 의료기기가 1만8148개로 39.6%를 차지하는 등, 지방의료원의 시설‧장비 수준이 민간병원에 비해 많이 낙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팀은 공공병원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첫째, 노후화된 시설‧장비 개선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의료 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셋째, 공공병원 간 의료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한 수직계열화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하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