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혼합진료' 규제 추진... 의료계 "경영악화" 반발

복지부 "비중증 질환 비급여 과잉진료 집중 관리"... 건보 청구 제한 검토
의협 "환자 선택권 침해·의료 질 저하" 우려... 수가 현실화 선행 주장
도수치료·다초점렌즈 백내장 수술 등 혼합진료 비율 90% 이상

정부가 그동안 의료 과소비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도수치료, 다초점렌즈 백내장 수술 등 이른바 '비급여 과잉진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급여 항목에 비급여 항목을 끼워 제공하는 '혼합진료'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의료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13일 보건복지부는 "비중증 질환에 대한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를 집중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비급여 진료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7129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1년 30조원을 돌파했고, 2022년에는 32조3213억원까지 늘어났다.

정부는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혼용한 '혼합진료'를 지목하고 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도수치료, 비급여 렌즈 사용, 백내장 수술, 비밸브 재건술 등 과잉 우려가 명백한 비급여에 대해 급여와 병행진료를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혼합진료의 대표적인 예로는 급여 진료인 백내장 수술과 비급여 진료인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동시에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받으려는 환자는 백내장 진단부터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데도 백내장 수술을 받고 다초점렌즈를 삽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수치료의 경우에도 의료기관의 권유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물리치료와 재진 진찰비를 끼워 진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로 혼합진료 비율은 도수치료 89.4%, 노안교정 백내장 수술 100%, 체외충격파 95.6%, 비밸브재건술·하이푸·맘모톰절제술 100%, 하지정맥류 96.7% 등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급여 항목에 비(非) 중증 과잉 비급여 항목을 병행해 진료할 경우 건강보험료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일본에서는 혼합진료 시 공적건강보험 급여 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의학적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비급여 진료는 허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감기에 걸렸을 때 의학적 필요에 따라 링거를 추가로 맞거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행위 등은 계속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 시행을 적극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혼합진료 금지가 환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최선의 진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해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의료계는 현재의 저수가 체제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비급여 항목으로 메워왔는데,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의료기관 운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행위를 관리하는 것보다 원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가를 개선하는 게 먼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수가 개선만으로는 필수의료가 외면받는 비정상적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원가 분석을 기반으로 수가의 보상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원가보다 낮은 수준의 보상이 이뤄지는 수술과 처치 분야에서 우선 보상을 강화하는 '핀셋 보상'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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