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인공와우 이식이 고도난청 환자의 뇌 청각 중추를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팀은 후천적 청각장애로 한쪽 귀에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인공와우 이식 후 뇌 구조적 변화를 장기간 추적한 최초의 연구로, 인공와우로 청각 기능이 향상되면서 위축되어 있던 대뇌피질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연구팀은 이식 수술 1년 후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분석했다. 그 결과, 청각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의 부피가 이식 전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 이식은 보청기로도 효과가 없는 고도난청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달팽이관 안에 전극을 삽입하여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함으로써 소리를 듣게 해준다. 그동안 인공와우의 효과는 주로 청력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왔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뇌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과거 선행연구를 통해 고도난청 환자들에게서 청각과 언어 인지를 담당하는 뇌 상부 측두엽 등 많은 부위에서 대뇌피질의 부피가 감소되어 있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그 후속으로, 인공와우 수술 전후의 대뇌피질 변화 양상을 자세히 분석했다.

분석 결과, 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청각피질을 포함한 대뇌피질의 부피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대뇌피질이 회복된 정도가 청각기능이 회복된 정도와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뇌 상측 측두이랑의 부피 증가가 수술 후 단어 인식능력 호전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청각능력 향상이 뇌 청각 중추 구조 회복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발견이다. 즉, 인공와우를 통해 소리를 듣게 되면서 뇌의 언어 처리 능력도 함께 개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홍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의 임상적 의의에 대해 설명했다. "나이가 들어 청력이 떨어지면 단어 인식능력도 저하되어 의사소통에 장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더욱이 난청은 장기적으로는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난청으로 인해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우선 보청기를 사용해 볼 것을 권했다. 그러나 보청기로 충분한 의사소통이 어려울 경우에는 인공와우 이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난청을 치료할 것을 추천했다. 이는 단순히 청력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뇌 기능의 유지와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령화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난청이 단순히 듣지 못하는 문제를 넘어서 뇌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난청 치료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인공와우를 통한 치료가 뇌의 청각 중추까지 회복시킬 수 있다는 이번 발견은, 향후 난청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