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 고기는 암' 걸려 피하지만 왜 술은 피하지 않는가

"한 잔은 괜찮다" 착각... 국민 3명 중 2명 알코올 발암성 몰라
주류광고 연간 69만건... "청소년 노출 제한 등 규제 필요"
해외선 주류 용기에 경고그림 의무화... 국내 도입 검토 목소리

국민 대다수가 소량의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대국민 음주 및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33.6%만이 술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의 46.9%가 "한두 잔의 음주는 건강에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며, 18%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알코올은 석면, 카드뮴, 비소 등과 같이 '암을 일으키는 근거가 확실한'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과거 소량 음주가 심혈관 질환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최근 연구에서는 술 한 잔도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안전한 음주는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음주로 인한 피해는 건강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1만3042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으며, 매년 약 20만 명 이상의 강력범죄자가 주취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송출된 주류광고는 69만 건에 달했으며,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조사 결과 87.4%의 응답자가 '최근 1년 새 주류광고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주류 광고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청소년 등이 접근하기 쉬운 공공장소나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류 광고를 전면 금지하거나 광고 시간대를 제한하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음주를 미화하거나, 청소년에게 파급력이 큰 연예인·캐릭터가 등장하는 광고도 해외 선진국처럼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류 광고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류 광고에 'clean(깨끗한)'이라는 문구 사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주류 섭취가 가능한 연령(만 21세)을 고려해 광고 매체를 선정한다. 캐나다는 미성년자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인물이나 캐릭터의 주류 광고 출연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업계의 자율규제로 맥주 마시는 소리나 술을 넘기는 모습을 클로즈업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주류 용기에 담뱃갑과 같은 경고 그림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현재 주류 용기의 과음 경고 문구는 너무 작아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며 "해외에서는 경고 문구를 크고 자세하게 쓰거나 경고 그림을 표기해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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